포퓰리즘 대신 성장 택한 그리스…경제 개혁 속도 올린다

입력 2023-07-07 13:22   수정 2023-07-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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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적자와 막대한 부채로 인해 '유럽의 문제아'로 불렸던 그리스가 국가 경제 개혁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지난달 치러진 총선에서 중도우파 성향인 신민주주의당(ND)이 승리하면서 경제 개혁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돼서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국가 부채 삭감과 구제금융에 대한 조기상환 계획을 밝혔다.

2027년 말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140% 밑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2020년 206%에 달했던 부채 비율은 미초타키스 총리의 재정 개혁을 통해 지난해 170%까지 내려갔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수출을 장려해서 경제 성장의 원동력을 회복할 계획도 밝혔다. GDP의 60%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수출 증진을 통해 유럽 국가로부터 빌린 차관 53억 유로를 조기상환 하는 게 목표다. 실업률도 8%까지 낮출 계획이다.

미초타키스 총리가 개혁을 앞세울 수 있는 배경엔 총선 승리가 있다. 지난달 25일 치러진 총선에서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 우파 여당이 압승을 거뒀다. 의석 과반을 확보한 것이다. 야당 연합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 시간 감축, 연금 수령액 상향 등 포퓰리즘 성향의 정책을 내세웠지만, 표심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리스 국민들은 미초타키스 총리가 일군 경제성장에 표를 던졌다. 그리스 경제는 2010년 국가부도 사태에 몰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뒤에도 침체 일로를 걸었다. ‘유럽의 문제아’로 불렸던 그리스를 되살린 인물이 미초타키스 총리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2019년 처음 총리에 취임한 뒤 기업 감세, 외국인 투자 유치, 무상 의료 개혁, 공기업 민영화 등 공격적인 시장친화정책을 펼쳤다. 지난해 유럽에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이 확산한 상황에서도 성장을 이뤄냈다. 그리스 경제성장률은 2021년 8.4%, 지난해 5.9%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유럽연합(EU) 평균을 뛰어넘었다.

미초타키스 정부가 그리스 경제를 반등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코프레이팅스는 모두 미초타키스의 승리가 그리스 경제 전망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S&P 글로벌은 "(미초타키스가) 재정 수지의 개선을 앞세운 건 그리스가 부채 감소를 우선시한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리스의 신용등급도 회복할 가능성이 커졌다. 13년 전 재정난으로 인해 그리스의 신용등급은 투기 등급인 CCC를 부여받았다. 재정 개혁을 통해 부채 비율을 줄여나가며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올해 BBB-까지 올라갈 것이란 관측이다. 투자적격 등급에 포함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그리스 채권이 유망할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금리는 올해 들어 0.8%포인트가량 하락한 3.7%대를 기록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국채보다 큰 폭으로 금리가 내려갔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의 가치는 커지게 된다. 경제 회복 기대감에 아테네 증시도 올 초부터 이날까지 39%가량 상승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민들이 이성의 정치를 보여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라며 "포퓰리즘을 넘어서는 미래를 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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