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의 누수 일지>를 펴낸 김신회 작가(사진)를 최근 서울 어느 카페에서 만났다. ‘영끌’해서 산 집에 물이 새버린 누수체험기의 주인공이다. 카페 창밖으로 장맛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와 마주 앉으니 “올여름엔 천장 누수는 괜찮느냐”는 질문이 절로 나왔다. 김 작가는 “이번 책을 낸 뒤에는 독자들이 유난히 안부를 궁금해한다”며 웃었다.
김 작가는 누적 판매량 40만 부에 달하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비롯해 <심심과 열심> <여자는 매일 밤 어른이 된다> 등 10권 넘는 책을 썼다. 10여 년간 TV 코미디 프로그램 작가로 일했던 그는 에세이스트가 된 후 1년에 한 번꼴로 책을 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활동이 줄어들자 글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누수가 새로운 글쓰기 동력이 됐다. 나중에 윗집에 배상을 요구하려고 녹취하듯 진행 상황을 기록하면서 작가의 글쓰기 본능이 다시 살아났달까. 김 작가는 “이번 책은 누수가 제게 준 것 중 최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해 글 쓰는 일의 특별함을 깨달았다고 했다. “윗집도 나름의 사정과 할 말이 있을 텐데, 그는 글을 써내지 않았잖아요. 이건 제 입장에서 전달한 제 이야기죠. ‘이것도 작가의 특권이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이번 에세이는 그를 수식하던 ‘힐링’ ‘위로’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연락 없는 윗집과의 신경전은 독자마저 애끓게 하는데, 베테랑 ‘글쟁이’의 내공은 마치 추리소설을 읽듯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그의 스테디셀러 가운데 에세이 <아무튼, 여름>이 있다. 여름에 대한 찬사가 가득한 책이다. 휴양지의 여름밤, 얼음 띄운 칵테일, 휴가 떠난 낯선 나라에서 만난 연인…. 여름에는 여러 얼굴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누수다. 그는 이번 책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무튼, 여름>이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면 <나의 누수 일지>는 여름에게 보내는 내용증명이에요.”
구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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