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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 통화정책과 대지진 여파로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수년 동안 외면당했던 튀르키예 경제가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리라화 가치 급락과 함께 썰물같이 빠져나가던 외국인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월가 출신들로 채워진 새 경제팀이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한 셈이다. 그간 튀르키예 서민 경제의 숨통을 조여 온 인플레이션도 완화 추세를 지속했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어치의 튀르키예 주식을 순매수했다. 2021년 11월 이후 최대 규모다. 튀르키예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된 건 6개월 만이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튀르키예 증시는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직전인 지난 5월 26일 4580.67이었던 BIST지수는 지난 6일 6141.14로 마감해 한 달여 만에 34% 급등했다. 그럼에도 튀르키예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배에 그친다. MSCI 신흥국지수(약 12배)와 비교하면 매우 낮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자리가 시장친화적 인물들로 꾸려진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시장 흐름이 급격하게 변화한 것이다.
5월 재선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메릴린치와 UBS에서 일한 이력이 있는 메흐메트 심셰크 전 부총리를 재무장관으로 재입각시켰다.
중앙은행 총재에는 골드만삭스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하피즈 가예 에르칸을 임명했다. 심셰크와 에르칸은 취임 당시 “경제 위기를 불러온 ‘비상식적’ 정책을 폐기하고 ‘이성적’인 경로를 되찾겠다”는 데 입을 모았다.
거듭된 리라화 약세로 튀르키예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점도 투자 유인 요소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대선이 치러진 지난 5월 28일 달러당 20리라 선에서 이날 기준 26리라 선까지 밀렸다. 리라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떠받치는 시장 개입 정책을 철회하면서 리라화 가치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신흥시장(EM) 투자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스트캐피털의 엠레 아카크마크 수석컨설턴트는 “향후 리라화 가치 반등을 점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튀르키예 증시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도 식고 있다. CNBC 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튀르키예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3.92% 올랐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4.84%를 밑돌았다.
시장에선 심셰크 장관과 에르칸 총재가 “고금리는 만악의 근원”이라고 여기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신념을 꺾을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지난달 연 8.5% 수준인 기준금리를 15%로 두 배 가까이 올렸고, 개인·기업의 달러 보유 비율을 제한하는 금융 규제를 완화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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