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032년까지 전체 승용차의 3분의 2를 전기차로 보급하기 위해 차량의 배출가스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내연기관차 판매 업체들이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는 규제 강화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 반면, 이미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는 오히려 기회라고 판단, 규제 강화를 환영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보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5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제출한 공식 의견에서 EPA의 배출가스 규제안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자동차 업계가 직면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PA가 지난 4월 2027년부터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차량의 이산화탄소(CO), 비메탄계 유기가스(NMOG)와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 등의 배출 허용량을 연평균 13% 줄이겠다는 내용을 담은 차량 배출 규제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기준을 맞추려면 내연기관차의 기술 개선만으론 한계가 있다. 결국 배출량이 적 전기차 판매를 늘릴 수밖에 없다.
EPA는 새 기준이 도입되면 전기차가 2030년 전체 승용차의 60%, 2032년에는 6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라고 현대차는 지적했다. 현대차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 발표한 '2030년까지 전기차 절반' 목표도 이미 공격적이라고 봤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의 전기차 보조금 효과로 전기차 수요가 많이 늘 것으로 EPA는 전망했지만, 정작 IRA의 까다로운 배터리부품·핵심광물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차량은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전력망과 충전소 등 전기차 보급 확대에 필요한 인프라도 부족하다고 짚었다.
또 EPA의 새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차 한 대당 비용이 EPA의 예상치인 1200달러(2032년식 기준)보다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IRA 보조금을 받기 위해 배터리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상당해서다. 현대차는 순수전기차(BEV) 외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수소연료전지차(FCEV)도 판매하는데, EPA가 전기차 보급 목표를 계산할 때 BEV만 취급하기로 한 점에 대해서도 문제제기에 나섰다.
그러면서 제안된 규제안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2021년 8월 바이든 행정부가 신차 판매의 50%를 PHEV·FCEV 포함 전기차로 설정한 행정명령의 최종 지침도 안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그룹사인 기아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앞서 현대차를 포함해 GM, 포드, 도요타, 혼다,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주요 자동차 회사 대부분을 대변하는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도 지난달 EPA의 규정이 너무 엄격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며 규제안 완화를 촉구했다. AAI는 EPA의 전기차 보급 목표를 2030년 40∼50%로 낮추고 이후 수치를 정하지 않고 2032년까지 늘려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이미 전기차만 판매하고 있는 테슬라는 입장이 다르다. 테슬라는 의견서에서 EPA가 BEV로 더 신속한 전환을 가능케 하는 강화된 배출 규제 기준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며 EPA가 규제안을 최종 규정으로 확정할 것을 촉구했다. 심지어 테슬라는 '2032년까지 전기차 69%'를 달성할 수 있는 더 강화된 규제를 제안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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