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양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며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중 분양가가 10억원을 넘는 경우가 늘었다. 고분양가에도 수도권 분양시장에선 ‘1순위 청약 마감’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높은 분양가에도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자 실수요자 사이에선 “지금이 가장 싼 분양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예상 밖 흥행’이라는 반응이다. 분양가가 높은 탓에 올초만 하더라도 미분양 걱정이 컸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 단지의 전용 84㎡ 분양가는 10억7900만원으로 책정됐다. 서울보다 비싼 가격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완판에 성공하면서 분양을 앞둔 인근 단지의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다.
용인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용인 기흥구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 역시 실수요자가 몰리며 전용 84㎡ 청약 경쟁률이 최고 24 대 1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최고 12억원에 달했지만 첨단 복합산업단지인 플랫폼시티와 반도체 클러스터 호재가 겹치면서 청약통장이 몰렸다. 광명시에 조성되는 ‘광명자이더샵포레나’와 안양시에 조성되는 ‘평촌센텀퍼스트’는 전용 84㎡ 분양가가 각각 10억4550만원, 10억72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두 단지 모두 ‘1순위 청약 마감’ 단지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단지는 올해 청약에 나선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자이디그니티’(전용 84㎡ 11억6600만원)나 동대문구 ‘휘경자이’(전용 84㎡ 9억7000만원)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보다 비싼 분양가에도 1순위 마감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얻은 것이다.
시장에선 지난해부터 지속된 공사비 갈등과 금리 인하 효과가 겹치면서 수요자의 저항 심리가 누그러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견본주택을 찾는 수요자가 고분양가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위기”라며 “오히려 지금이 가장 싸게 분양받을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했다.
하반기에 1000가구 이상 역세권 대단지가 쏟아진다. 서울에서는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3069가구)와 ‘이문 아이파크자이’(4321가구), 송파구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1265가구), 은평구 ‘힐스테이트 메디알레’(2083가구)가 대표적이다. 경기에서는 광명시 ‘베르몬트로광명’(3344가구)과 ‘광명자이힐스뷰’(2878가구), 시흥시 ‘시흥 롯데캐슬 시그니처’(2133가구) 등이 관심을 끈다.
청약을 앞둔 단지의 분양가는 높아지고 있다. 이달 분양을 시작하는 광명시 ‘광명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의 분양가는 최고 12억7000만원으로 책정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을 걱정하느라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분양가 산정에 고민이 많았다”면서 “최근에는 높은 분양가에도 수요자가 몰리고 있어 분양가 산정 부담감이 조금 줄어든 상태”라고 했다.
최근 내림세로 돌아선 부동산 관련 대출 이자도 실수요자의 청약 열기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연 6%를 넘겼던 시중은행의 부동산 대출 금리가 최저 연 3%대까지 떨어지자 무주택자가 지금을 청약 기회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당분간 분양가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무주택자는 분양가가 더 높아지기 전에 청약에 도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내년 분양가격이 지금보다 비싸질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 현재 분양가격에도 청약을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소비자는 주변 시세와 비교해 10% 이상 저렴한 단지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며 “지금 수도권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금리와 자금 사정 등을 고려해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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