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반적으로 연체율이 증가했지만, 대개 1% 미만인 은행권은 말할 것도 없고 연체율이 통상 높은 상호금융권 전체 2%대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새마을금고 연체만 보면 위기 수준이다.
연체율 급증의 핵심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이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은 담보 대신 사업계획을 보고 대출하기 때문에, 사업성 및 위험을 평가해 과도한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이자율과 경기·산업 등 경제 전반에 대한 엄밀한 분석이 가능한 전문성이 특히 중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연체율은 부실대출을 의미하며 금융기관에서 전문성에 기초한 심사가 충분하지 못했고 책임 측면에서 보면 당국의 적절한 감독이 부재했다는 뜻이다.
이런 부실대출은 금융 의사결정에서 정치적으로 포획된 경우에 발생하기 쉽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우리나라 금융기관 부실대출도 그렇고, 저개발국에서 흔히 관찰되는 경제적 타당성이 미흡한 투자 프로젝트도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의 새마을금고 사태도 조직 구조의 특징을 보면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투자 의사결정을 행하는 ‘정치의 금융 포획’ 문제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새마을금고의 의사결정은 충분한 금융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개별 단위 금고에서 이뤄지고 이를 총괄하는 새마을금고 중앙회 회장은 사실상 단위 금고가 추천한 대의원이 선거로 뽑는 정치 조직 구조이기 때문에, 선거를 통해 선출된 회장이 개별 단위 금고에 대해 경제 원칙에 따라 엄격하고 면밀히 감독하고 투자를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예를 들어 자체적으로 사람을 뽑고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지점이 모여 은행장을 선거로 뽑는 조직 구조에서 본점이 지점을 엄격히 관리하고 대출 심사를 면밀하게 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비용·편익 또는 위험·수익 분석 대상을 표 계산으로 바꾸는 순간 경제 원칙은 사라지고 정치적인 연결과 친분에 따른 결정이 따르며 이로 인한 투자에는 위험만 남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스티글러가 얘기한 ‘정치적 참여자들은 권력을 자신에게 이익이 되려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는 데 사용한다’는 규제포획이론이나 비슷한 맥락의 노벨상 수상자인 제임스 뷰캐넌의 공공선택이론 적용까지 가지 않아도 선거 같은 정치 과정에 의해 선출된 인물이 성과에 기반하는 경제 원칙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지 않을 가능성은 크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경제 원칙에 비췄을 때 타당성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선거 표 계산에 기반한 정치적 이해관계나 개인적 친분에 따라 투자 결정이 이뤄지고 그 결과 대출이 부실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비슷한 선출 제도를 갖고 있는 농협과 신협은 그래도 전문성 있는 제3자 금융감독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다. 즉 선거로 이뤄지는 정치 구조 조직에서 투자 결정이 취약해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은 있지만 금융감독당국의 규제를 받고 있기에 재무건전성이나 유동성에 영향을 미칠 정도까지 심각한 상태에 이르는 것을 제어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있는 셈이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소관인 새마을금고는 이런 금융감독 체계에도 포함되지 않은 일종의 사각지대다.
물론 현 단계에서 일단은 뱅크런 확산 차단이 중요하다. 따라서 새마을금고 예금자가 불안하지 않도록 유사시 당국에서 유동성을 투입해서라도 이들의 재산을 지킬 것이라는 신뢰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정치 구조화된 조직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적은 투자가 계속되고 그 결과 현재 같은 부실과 예금 인출 상황이 가까운 미래에 반복될 수 있다고 예측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 전문성을 갖춘 감독기관이 감독을 면밀하게 시행함으로써 경제 원칙에 기반해 엄격한 대출 심사로 상황을 관리하며 다른 금융기관과 상응하는 수준에서 일관성 있는 위험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최소한의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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