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라고? 전혀 몰랐네.” ‘견주’ 중 애견 카페에서 사람과 반려동물이 한 공간에 있으면 법에 어긋난다는 걸 아는 이는 없었다.
일상에 부합하지 않는 황당한 규제는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 소득 수준 향상에 발맞춰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급증했지만, 낡은 규제는 좀처럼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동물의 출입이 수반되는 영업을 할 경우 거미줄처럼 얽힌 법들이 관련 사업 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애견 동반 카페’를 운영하려면 식품위생법과 동물보호법 그리고 인수공통감염병관리에 관한 법령 및 기준을 따라야 한다.
문제는 각종 법규가 현실과 지나치게 괴리돼 있다는 것.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상 카페, 음식점과 같은 식품접객업소는 동물의 출입·전시·사육이 수반되는 영업을 하려는 경우 영업장과 별도로 분리한 공간을 둬야 한다. ‘반려동물 동반 허용’ 표지를 단 장소는 많지만, 막상 내부에선 ‘사람 따로 동물 따로 허용’되는 공간인 셈이다.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업주가 허용하거나 입마개와 목줄을 착용하면 반려동물의 음식점 출입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부 프랜차이즈 카페는 카페 내 별도의 공간을 두는 방식으로 규제와의 합의점을 찾고 있다. 할리스 공덕경의선숲길점은 음료를 마시는 공간과는 구분된 구획인 ‘펫 프렌들리 휴게존’을 두고 있다. 합법적으로 펫 프렌들리 매장을 열기 위해 서울 마포구 위생과 담당자와 여러 차례 미팅을 진행한 결과다. 할리스 관계자는 “현실을 고려해 법 제도를 재정비하면 반려인과 반려견이 보다 편리하게 카페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받아 반려인과 반려견이 공간 구분 없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곳도 있다. 규제 샌드박스 지정 업체인 코코스퀘어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복합문화공간 및 요식업장을 운영한다. 하성동 코코스퀘어 대표는 “위생 문제 등과 관련해 민간 차원에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552만 가구로 전체의 25.7%를 차지한다. 2020년 기준 반려견은 602만 마리, 반려묘는 258만 마리에 달한다. 8개 관련 업종 종사 인원만 2만2500여 명에 이른다. 2027년에는 관련 산업 규모가 6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오유림/최형창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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