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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그룹이 지난 8일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전날 중국 당국이 대규모 벌금을 부과하면서 시장에서는 규제가 일단락됐다는 기대도 커졌다.
앤트그룹은 이날 성명을 내고 “기존 주주들의 지분 일부를 매입하겠다”며 “매입 주식은 전체 주식의 7.6%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매입한 자사주를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한 인센티브 등으로 쓰겠다고 설명했다. 앤트그룹은 이번 자사주 매입의 전제가 되는 기업 가치를 5671억위안(약 102조원)으로 책정했다. 앤트그룹이 2020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을 때 거론됐던 기업가치가 3000억달러(약 390조원) 이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년여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앤트그룹은 이에 대해 “현재 중국 인터넷 기업의 평가 가치가 줄어든 상황을 고려하면 시장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앤트그룹의 대규모 벌금 부과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전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 등 금융당국은 인민은행법, 자금세탁방지법, 은행업감독관리법 등을 적용해 앤트그룹과 산하 기업에 벌금 71억2300만위안(약 1조2800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상장을 강행한 이후 집중포화를 맞았던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80억2600만위안)에 이어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 부과된 두 번째로 큰 벌금이다. 앤트그룹은 즉각 “처벌을 달게 받고, 단호하게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앤트그룹이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게 됐지만, 시장에선 이를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 벌금 부과로 알리바바에 대한 단속이 일단락됐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7일 알리바바 주가는 8% 상승 마감했다.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2020년 10월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를 비판한 후 앤트그룹의 상장계획을 무산시켰고, 각종 규제를 꺼내며 압박해왔다.
자사주 매입 이후 앤트그룹의 IPO가 다시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마윈은 1년여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올해 3월 귀국했고, 다음 날 알리바바는 회사를 6개 독립 사업 단위로 재편하는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이후 각 사업부는 자체적인 IPO 준비에 들어갔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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