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피 '17만원' 등장…"그린피보다 비싸지겠네"

입력 2023-07-09 18:18   수정 2023-07-17 17:07


“캐디피가 그린피를 추월하는 건 시간문제다.”

최근 몇몇 골프장에서 캐디피(골프 경기 보조원 비용)가 17만원까지 오르면서 골프장업계에서 들리는 말이다. 한풀 꺾인 그린피 상승세와 달리 일부 고급 회원제 골프장은 물론 퍼블릭 골프장까지 캐디피 인상에 가세했다. 캐디피가 1인당 그린피를 곧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골프장들은 부족한 캐디를 중국에서 수급하는 등 차선책을 찾느라 분주하다.

국내 연간 캐디피 지출액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1조760억원) 1조원을 돌파한 연간 캐디피 지출액은 지난해 1조7188억원까지 늘었다. 5년 만에 약 60%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조만간 연간 캐디피 2조원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캐디피 20만원도 시간문제
9일 국내 최대 캐디 전문 기업 ‘캐디세상’에 따르면 강원 춘천 명문 휘슬링락CC와 경기 여주 헤슬리 나인브릿지, 강원 홍천 카스카디아CC(7월 공식 개장)가 최근 캐디피를 17만원으로 책정했다. 또 캐디세상이 하루 단위로 파악하는 수도권·강원권(경상·전라 제외) 134곳 중 캐디피를 15만원 미만으로 받는 곳은 인천 국제CC(14만원), 동여주 체력단련장(13만원) 등 두 곳이 전부였다. 안 그래도 인력난을 겪으며 ‘캐디 이탈’을 막으려 안간힘을 써온 골프장들은 주변 골프장의 캐디피 인상 소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골프장업계에선 올해 수도권 기준 ‘캐디피 평균 17만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회원제 골프장 평균 캐디피는 14만8800원이다. 2019년 5월 12만2700원이던 평균 캐디피는 2년 만인 2021년 7% 상승한 13만1300원을 기록했고, 2년 만인 올해 13% 급등했다.

일각에선 사실상 캐디피가 1인 기준 그린피를 따라잡았다고 보고 있다. 올해 대중형 골프장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197개소의 평균 그린피(5월 기준)는 주중 16만6300원이었다. 이들 골프장의 토요일 그린피(20만9800원)는 여전히 캐디피를 웃돌지만, 현재 인상 속도라면 이른 시일에 ‘그린피 역전’ 현상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다. ‘캐디피 20만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골퍼가 직접 원하는 캐디를 고르는 ‘지명 캐디’나 프로 출신 캐디, 영어가 가능한 캐디 등 이른바 ‘스페셜 캐디’의 비용으로는 이미 18만원을 책정한 곳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몇몇 골프장은 캐디피를 지원(최대 3만원)해주는 곳도 있다.

고질적 인력난…‘동포 캐디’가 답 될까
캐디피 인상의 가장 큰 원인은 고질적인 인력 수급 문제다. 국내 550여 개 골프장에 필요한 캐디 수는 약 5만 명. 반면 실제 활동 중인 캐디 수는 3만6000여 명에 불과하다.

캐디의 고용보험 의무 가입으로 인한 소득 감소도 캐디피 인상을 부추기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한 수도권 골프장 운영팀장은 “‘조세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캐디들이 세금 납부 대상이 됐고, 캐디피 인상 없이는 기존 소득을 보전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캐디피를 높게 책정한 골프장에 캐디들이 구직을 위해 줄을 선다”고 말했다.

골프장들은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중국 동포를 캐디 부족난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방문취업 동포(H-2)의 고용규제 방식을 개선해 고용 허용 업종을 확대했고, 이 중 캐디를 취업제한 업종에서 제외했다. 김은상 캐디세상 대표는 “중국 동포 캐디들을 체계화된 교육 방식으로 얼마나 신속히 실전에 배치하는지가 캐디 전문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디 부족난 해소를 위해 캐디 없이 골프를 칠 수 있는 옵션을 넣은 ‘캐디선택제’ 골프장도 급격히 늘고 있다. 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60개였던 캐디선택제 골프장은 지난해 201개까지 증가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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