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 면적을 영업시설로만 제한한다는 점이다. 김씨는 “정육점 안에 살림집처럼 ‘안채’를 갖춘 곳이 적지 않은데 무조건 별도 면적을 갖추라고 한다”며 “부산물을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곰탕으로 끓여 팔거나 서비스로 제공만 해도 과태료와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곰탕 규제’처럼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 규제가 곳곳에서 골목 상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밀키트 등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을 하려는 소상공인에게 면적 제한은 창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장에서 아우성이 이어지지만, 정부 내 목소리는 제각각이다. 소상공인 주관부서인 중소벤처기업부는 관련 규제 해소에 적극적이다. 반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영업장 면적 기준을 삭제하면 영업 신고 외 공간에서 식육가공품의 생산·보관·판매 행위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맞선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조치라는 목소리가 크다. 곰탕 제조는 불법이지만 돈가스는 해당하지 않는 등 기준도 불분명하다.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는 “식육즉석판매가공 시장이 확대되는 현실에 부적합하다”며 “시설 기준을 이행해도 위생과 안전을 확보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축산기업중앙회 관계자는 “5~6평 규모 정육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게는 소뼈 하나도 귀하다”며 “예외 조항 마련 등 규제가 완화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국경제신문은 ‘곰탕 규제’처럼 생활 곳곳에 규제가 만연한 실태를 짚어보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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