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면전에 두고 맹비난한 데 대해 "국격을 추락시키는 이런 무례한 행동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민주당은 곰곰이 되새겨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그로시 총장의 방한을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방한 과정에서 보여줬던 민주당의 그 정중하지 못하고 매우 무례한 행동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아마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 백지화의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에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양평고속도로 계획 관련해선 민주당이 '똥볼' 찬 것"이라며 "완전히 가짜뉴스, 괴담을 만들어 헛발질하다가 양평군민들로부터 지금 지탄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풀고 여당에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질문에는 "지금 탈출구가 필요한 쪽은 민주당"이라며 "민주당의 선결과제는 다시는 이런 가짜뉴스와 괴담을 통해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사과하고 약속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소속 의원들은 전날 국회에서 진행된 그로시 총장과 면담에서 그로시 총장을 면전에 두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로시 총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에 당황한 듯 안경을 벗고 한숨을 쉬는 모습도 포착됐다.
대책위 소속이자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 우원식 의원은 IAEA가 일관되게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를 지지해왔다고 주장하면서 "주변국 영향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미리 결론 내린 것은 '셀프 검증'이자 '일본 맞춤형' 조사"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또 그로시 총장이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오염수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언급하면서 "그럴 정도로 안전하다고 확신한다면 물 부족 국가인 일본이 그 물을 국내 음용수로 마시든지 공업·농업 용수로 쓰라고 요구할 의사가 없는지 묻고 싶다"며 "대한민국 국민은 오염수를 마실 생각도, 오염수에서 수영할 생각도 없다"고 비난했다.
우 의원의 이같은 발언 도중 그로시 총장은 하던 메모를 멈추고 우 의원을 응시했다. 의자에 등을 대며 안경을 벗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로시 총장과의 면담이 진행될 때 국회 본청 앞에서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면담장에는 "그로시, 고 홈", "부끄러운 줄 알아", "일본에 돈 얼마나 처먹었냐" 등 막말이 섞인 시위 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