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학술지인 네이처 7월 6일자에 국내 연구 성과 두 건이 나란히 실렸다. 성균관대와 포스텍 공동 연구팀의 차세대 메모리 개발 기술, 서울대 연구진의 나노미터(㎚:1㎚=10억분의 1m) 크기 바이오 로봇 제작 기술이다.
○‘전자 변화구’로 소자 성능 높여
야구에서 투수가 빠른 공과 느린 공, 직구와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수록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처럼 고체 내부에서도 전자의 궤적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으면 전자 소자의 성능이 높아진다.수많은 소자가 집적된 전자기기에서 전자 궤적을 제어하려면 각 소자의 동작에 맞춰 서로 다른 방향의 자기장을 가해야 한다. 이 방법은 전자기기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쓸 수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자기장을 쓰지 않으면서 전자의 궤적을 저전력으로 제어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전류가 흐르고 있는 고체에 자기장을 가할 때 전자의 궤적이 휘어지는 ‘홀 효과’는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궤적을 제어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전자 스핀의 각운동량을 이용하면 전자 궤적을 휘게 할 수 있다는 ‘스핀 홀 효과’도 학계에 보고된 바 있으나, 이는 원자번호가 큰 중금속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최경민 교수와 포스텍 물리학과 이현우 교수 연구팀은 타이타늄 금속에서 전자 궤적을 휘게 만드는 궤도 홀 효과를 처음 발견했다.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공전할 때 나타나는 ‘궤도 각운동량’을 이용했다. 중금속이 아닌 원자번호가 작은 경금속에서 궤도 홀 효과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 논문은 네이처 6일자에 실렸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로 전자의 궤도 각운동량이 고체 내에서 제어될 수 있음을 보였다”며 “궤도 각운동량은 다양한 고체 물리 분야에 적용할 수 있으며, 특히 저전력 자성 메모리(M램) 개발에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M램은 미세 자석의 자화 방향을 0 또는 1 비트(bit)로 사용하는 차세대 메모리 소자다.
○DNA를 종이처럼 접는다
DNA는 아데닌, 시토신, 구아닌, 티민 등 네 가지 염기가 두 개씩 쌍을 이뤄 나선형 형태로 꼬인 30억 개 염기쌍(bp:base pair)으로 돼 있다. DNA 나노구조체는 염기서열을 인위적으로 프로그래밍해 특정 위치에서 염기가 결합되도록 만든 것을 말한다. 원하는 형상과 물성을 가진 구조체를 높은 정밀도로 제작할 수 있어 약물 전달, 질병 진단 등에 쓴다.DNA 나노구조체는 머리카락 두께의 수천분의 1 수준인 10㎚ 안팎 크기로 만든다. 일반 광학현미경으론 볼 수 없고, 작은 탐침을 이용해 표면을 스캔한 뒤 모양을 재구성하는 원자힘현미경(AFM)을 써야만 관찰할 수 있다.
서울대 기계공학부 김도년 교수 연구팀은 이렇게 미세한 크기의 DNA 나노구조체를 마치 색종이 접듯 접을 수 있는 ‘DNA 종이접기’ 기술을 선보였다. 접히는 부분의 기계적 강성을 최적화해 펼치고 접는 것을 안정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 일종의 ‘바이오 힌지(hinge)’를 개발한 것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분자 수준에서 물질을 탐지하는 초민감 나노 센서, 나노 로봇 제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6일자 네이처 표지(사진)를 장식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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