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을 캐리커처로 그려 넣은 에코백, 친구들과 재미난 가발을 쓰고 찍은 추억이 담긴 사진 한 장.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영문초등학교에서 열린 창업 페스티벌 ‘너의 기업을 차려봐’에 학생들이 내놓은 상품과 서비스다. 학교 공부와 ‘학원 뺑뺑이’로 바쁜 초등학생이 이날 하루만큼은 기업가로 변신했다.
학교에서 해 보는 창업 체험
창업 페스티벌은 영문초가 창의적 체험 활동(창체)의 하나로 기획한 행사다. 1학년, 4학년, 5학년 5개 학급의 학생 119명이 참여했다.각 학급은 지난 두 달 동안 어린이 청소년 경제·논술신문 주니어 생글생글과 ‘내 꿈은 기업가’ 연재를 엮은 책 ‘나도 억만장자가 될 거야’를 수업에 활용하며 행사를 준비했다.
8명씩 팀을 이뤄 창업 아이디어를 토의하고, 회사 이름을 정하고, 시제품을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9개 팀이 이날 부스를 차려 놓고 친구들을 상대로 영업에 나섰다.
네일 스티커와 타투 스티커를 붙여주는 네타(네일+타투), 간단한 축구와 농구 기술을 알려주는 WTS(We Teach Sports), 각양각색의 딱지를 만들어 주는 딱지랜드 등이다.
각 팀에서 4명은 판매자 역할을 맡고, 4명은 구매자로서 다른 팀의 부스를 돌아다니며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중간에 한 번 판매자와 구매자의 역할을 맞바꿨다.
행사가 시작되자 치열한 마케팅이 펼쳐졌다. 페이스 페인팅을 해 주고 사진을 찍어 주는 페피(페이스+픽처)팀은 손님이 좀체 오지 않자 “첫 손님 무료”를 외치며 호객에 나섰다. WTS는 축구 농구 스택스(플라스틱 컵 여러 개를 빠르게 쌓아올리는 게임) 중 한 종목 체험은 1코인(500원 상당), 세 종목 체험은 2코인에 제공하는 ‘2+1’ 판매를 했다.
권예은 학생(4학년)은 “친구들이 외모를 꾸미는 일에 관심이 많아 네일 스티커와 타투 스티커를 붙여주는 창업 아이템을 생각했다”며 “나중에 진짜 회사를 세워 경영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친구가 설명해 주는 기업가정신
창업팀과 별도로 6개 팀은 기업가정신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 부스를 방문한 친구들에게 1인당 1코인을 받고 기업가의 생애를 설명해 줬다. 팀별로 기업가 한 명을 정해 지난 한 달간 자료를 조사했다.‘나도 억만장자가 될 거야’ 내용을 바탕으로 파워포인트 파일도 제작해 태블릿PC에 띄워 보여줬다. 설명이 끝난 후엔 기업가와 해당 기업에 대한 퀴즈를 내서 정답을 맞힌 사람에겐 컵받침, 사탕, 초콜릿 등을 선물로 줬다.
구인회 LG 창업회장,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필 나이트 나이키 창업자,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CEO,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스티브 첸 유튜브 창업자를 설명하는 부스가 각각 차려졌다. 나이키 창업자 설명 부스를 운영한 이세호 학생(5학년)은 “운동에 관심이 많아 나이트 창업자와 나이키에 대해 조사했다”며 “끈기를 갖고 노력해야 기업을 창업하고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영문초는 창업 페스티벌에 참여한 학생들이 벌어들인 수익 전액을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행사를 기획한 김영주 교사는 “생산과 소비 활동을 경험하면서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을 기르고 실생활과 연계된 경제·금융 교육을 위해 창업 페스티벌을 준비했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경제·금융 교육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제·금융 교육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주니어 생글생글을 교재로 쓰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
인천단봉초, 하남 창우초, 태백 황지중앙초, 구미봉곡초 등에서 학급별로 주니어 생글생글을 활용한 경제, 금융, 독서 수업을 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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