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 있는 원익큐엔씨(대표 백홍주)는 반도체 식각 공정에 필수인 불순물 제거 역할을 하는 쿼츠웨어(석영유리) 제조 기업이다. 5년 전 세계 최고라고 평가받던 일본 경쟁 기업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기준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17년 2000억원에서 지난해 7777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1조원대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백홍주 대표는 “반도체 소재·부품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웨이퍼와 칩도 잘 만들 수 있고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말했다. 소재기업 육성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과 지역·국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에 나선 구미시와 산업계가 반도체 소재·부품 산업 역량 강화에 힘을 쏟으면서 구미가 반도체 소재·부품의 글로벌 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구미시에 따르면 원익큐엔씨처럼 소재·부품 분야에서 세계 1~3위의 선도 기업 8개를 포함해 344개 기업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소재·부품 후방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웨이퍼 제조 대기업인 SK실트론(12인치 웨이퍼 세계 3위)을 비롯해 LG이노텍(통신용 반도체 기판 세계 1위), KEC(소신호트랜지스터 세계 7위), 엘비루셈(패키징 세계 3위), 매그나칩(디스플레이 구동칩 세계 2위), 삼성SDI(반도체용 웨이퍼평탄화공정) 등이다.
‘반도체의 생명수’라 불리는 초순수의 국산화도 지난달 국내 최초로 구미에서 성공했다. SK실트론 2공장에는 SK실트론이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등과 협력해 지은 초순수 실증플랜트가 가동되고 있다. 2025년까지 하루 2500t 규모의 초순수 생산설비를 구축 중이다. 외산 장비로 국산화에 성공한 1단계에 이어 국산 장비로 생산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국가 반도체 산업에서 초격차를 달성하기 위한 후방 산업기지로서의 입지가 더욱 튼튼해졌다”며 “특화단지 지정으로 구미의 50년 노하우를 한국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미의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지난해 11월 특화단지 지정을 위해 경상북도, 구미시, 지역 대학들과 함께 반도체 초격차 육성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경상북도는 지난 2월 반도체 전문인력 2만 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달 사업 출범식을 열었다. 경북의 포스텍(계약학과 40명, 전문인력 550명)과 금오공과대(SK실트론 협약 40명), 대구가톨릭대(반도체대학 신설)에 이어 대구의 경북대(전문대학원 400명)와 DGIST(80명)가 관련 인력을 키우기로 약속했다. 구미시는 이 지역에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투자가 지난 1년간 3조7900억원 늘었고 SK실트론 등 대기업 투자계획도 5조원을 넘었다고 소개했다.
최혁준 경상북도 메타버스과학국장은 “설계, 소자와 장비 분야 투자는 수도권에 모이고 있지만, 전국의 소재·부품 업체가 모두 땅값과 인건비가 비싼 수도권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구미가 비수도권 지역에서 반도체 중심의 소재·부품업체 집적단지를 조성하는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화단지로 지정하고 투자를 계속하면 수출량과 글로벌 점유율을 10%포인트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미=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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