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믹서트럭 증차가 14년째 막혀 있습니다. 차량은 낡아가고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수도권의 한 레미콘 제조기업 대표는 10일 기자와 만나자마자 레미콘 믹서트럭 증차 규제에 대한 분통부터 터뜨렸다. 레미콘 믹서트럭 시장에 신규 진입이 막히면서 가격 협상 주도권이 ‘폐쇄 집단’인 레미콘 운송 차주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운반비 급등 같은 가격 왜곡부터 불법 번호판 거래, 차량 노후화에 따른 사고 위험 등 부작용이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 건설기계 임대시장 안정화라는 제도 도입 취지도 무색해졌다.
대여용 콘크리트 믹서트럭은 2009년 8월부터 현재까지 14년째 신규 등록이 제한돼 있다. 지난해 전체 레미콘 공장이 계약한 믹서트럭은 2만1748대다. 2만959대였던 2009년과 비교하면 3.8% 증가에 그쳤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2009년부터 2018년 초까지 말소됐어야 할 믹서트럭이 그대로 남는 등 부정 등록 사례가 있어 소량 늘어났을 뿐 사실상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건설기계 27개 기종 가운데 불도저, 굴착기, 덤프트럭 등 7종이 국토교통부가 정한 수급 조절 대상인데 유독 레미콘 믹서트럭만 공급이 꽉 막혔다. 같은 기간 전국 레미콘 공장 수는 893개에서 1082개로 21.2% 늘었다. 자연스레 공장당 평균 차량 계약 현황은 2009년 23.5대에서 지난해 20대로 14.8% 줄었다.
레미콘 믹서트럭 운전자가 대부분 회사 소속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라는 점에서 문제가 커진다. 정부 규제가 소수의 운송사업자 사익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돼서다. 기득권화한 운송사업자의 집단행동은 빈번해졌다. 지난해 6~7월 레미콘 성수기엔 화물연대 파업(민주노총)에 이어 수도권 집단운송거부(한국노총)에 동참했다.
레미콘 운송사업자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한 결과 건설 현장은 쉼 없이 돌아가도 레미콘 차량은 ‘8-5제(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운행)’와 매주 토요 휴무제로 여유롭게 운영된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레미콘 가격이 43% 오를 때 회차당 운반비는 2배 넘게 올랐다.
여기에 개인사업자인데도 레미콘 제조 업체에 각 100만원 이상의 명절 상여금과 성과금, 근로 시간 면제수당을 요구한다. 정년이 따로 없기 때문에 지난해 기준 60세 이상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달 예정됐던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의 결정 발표를 규제 심사 등을 이유로 오는 12월로 미뤘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넘게 묶여 있는 규제인 만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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