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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에 금을 실물로 보관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의 해외자산을 동결하는 제재를 가하는 것을 본 뒤 '자국에 실물을 직접 보관하겠다'는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인베스코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사들인 금 보유량을 점진적으로 국내 보유로 돌리고 있다"고 응답한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비율이 6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50%였던 것에서 대폭 증가했다. 5년 뒤에는 74%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금 매입 자체를 대폭 늘리고 있다. 금은 높은 물가상승률을 헤지(위험 회피)하는 안전자산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둔화하는 등 불확실성 국면에서도 대표 피난처인 금으로 수요가 쏠린다.
세계금협회(WGC)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동안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에 228t의 금을 추가 매입해 2000년 이후 분기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작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금 매입 규모를 기록적으로 늘렸고, 중국과 튀르키예가 전체 구매량의 5분의1 가까이 차지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인도, 중동 지역의 중앙은행도 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
최근 들어 더욱 확연해진 흐름은 중앙은행들이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나 스왑 등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실물 보유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베스코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중앙은행은 ETF와 스왑 등을 통해 금을 사고 팔려고 했다"며 "점차 해외가 아닌 국내 금 직접 보유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늘어난 것은 러시아 중앙은행 해외 준비금에 대한 서방의 동결 사례를 보고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러시아 자산 몰수 조치가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우려한 응답자가 상당했으며, 96%에 달하는 응답자가 '금이 안전자산이라서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고 답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해외에 보유한 3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동결 조치를 가했다. EU는 현재 러시아 동결 자산의 이자를 우크라이나 재건 자금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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