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업체 말만 믿고 터널 화재사고 위험 방치한 도로공사

입력 2023-07-11 16:29   수정 2023-07-11 16:33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화재 시 사고위험 가능성이 큰 자재를 쓰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법규상 불가능한 초고속 주행도로(시속 140km 이상)를 추진해 279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이 11일 공개한 ‘주요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사업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보면 2025년말 개통 예정인 세종-구리고속도로 안성-구리 구간에 있는 방아다리터널 시공 과정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는 내화 자재가 쓰였다.

방아다리터널은 서울 강동구 도심을 관통하는 3.8km 길이 터널이다. 터널에는 화재 시 연기를 배출하기 위한 통로인 풍도를 설치한다. 방아다리터널에는 터널 상단에 미리 제작한 철근콘크리트 블록(슬래브)을 올리는 풍도슬래브 방식이 채택됐다.


슬래브 사이에는 틈새(이음부)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음부는 내화재로 보강하지 않으면 화재 시 콘크리트의 폭렬(고온에 표면부가 떨어지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폭렬이 발생하면 터널 천정에 매달려 있던 무거운 슬래브가 무너져내리며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시공업체는 2019년 12월 신기술 사용 등을 명목으로 이음부 내화재 보강이 빠진 설계도면을 도로공사 측에 제출했다. 도공 담당자는 내화공법 변경의 적정성 여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이를 그대로 승인했다.

이듬해 자재 납품을 앞두고 업체가 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내화시험도 졸속으로 이뤄졌다. 업체는 규정과 달리 해당 시험을 ‘공급용’이 아닌 ‘연구용’으로 진행했다. 이음부가 포함된 시험체에서 폭렬이 발생하자 이를 숨기고 이음부가 없는 시험체만 합격한 결과를 제출했다. 도공 관계자는 제대로 확인조차 안하고 적정 판정을 내렸다.

감사원은 도공에 “관계자 4명을 문책·주의 등 징계 조치하고 품질기준에 미달한 풍도슬래브는 보강 또는 재시공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해당 업체에는 영업정치 등 처분을 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2017년 도공이 안성-구리 구간 일부(34.1㎞)에서 설계속도를 기존 시속 120km에서 초고속 주행이 가능한 140km로 상향해 공사비가 279억원 증액된 점도 문제삼았다. 이듬해 국토교통부가 초고속 주행 관련 법규 개정 절차를 중단하면서 사업비 집행의 효과성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당시 도공은 설계변경이 가능했음에도 당초 설계대로 공사를 진행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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