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이 ‘미래 식량’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농촌에선 간식거리로 메뚜기와 귀뚜라미 등을 튀겨먹곤 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를수록 인식도 변화하는 법. 요즘 젊은 세대의 머릿속에 곤충은 ‘식용’보다는 ‘혐오’가 더 가까운 표현이 됐다.
그러나 근래 들어 이런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곤충이 세계적으로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으면서다. 곤충은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풍부하고, 포화지방보다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높아 영양학적으로 가치가 크다. 사료 효율도 좋아 친환경적이다. 1㎏의 소고기를 얻기 위해 10㎏의 사료가 필요하지만 곤충은 1.7㎏이면 된다.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명에 이르고, 식량 위기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면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곤충을 ‘작은 가축(little cattle)’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대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 기업들이 올해 식용곤충 관련 상표를 등록했다. 롯데웰푸드는 최근 벌레가공식품 등을 내용으로 하는 '바로온' 상표를 올렸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에도 세계적인 귀뚜라미 단백질 분말 제조 기업 캐나다 아스파이어푸드그룹에 1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신세계푸드는 올해에만 네 개의 상표를 등록했다. 지금까지 올린 '프로틴 킹' '헬로틴' '뷰로틴' 등의 상품 설명에 모두 '벌레가공식품'이 포함됐다. 지난달 14일에도 벌레가공식품 등을 포함한 '유 아 왓 유 잇' 상표를 올렸다. 매일홀딩스는 '매일웰케어'를, 더본코리아는 '따뜻할 온 온김에'를 등록했다. 모두 벌레가공식품을 취급 상품으로 한다.
CJ제일제당은 2016년부터 한국식용곤충연구소와 식용곤충을 활용한 상품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상그룹도 계열사인 대상푸드플러스에서 밀웜을 이용한 특수의료용 식품을 개발하는 등 관련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그간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영농법인을 설립해 개발하던 수준에 그치던 식용곤충 산업이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곤충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곤충산업 시장은 전년보다 7.7% 상승한 446억원의 판매액을 올렸다. 곤충산업 중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업종은 식용곤충이다. 판매액의 51.8%가 식용곤충 관련 업종에서 나왔다. 이어 사료용 곤충(24.4%), 학습·애완곤충(9.4%), 기타(14.3%) 순이다.
곤충별로는 흰점박이꽃무지(166억원)가 가장 많이 거래됐다. 동애등에(109억원)와 갈색거저리(39억원), 장수풍뎅이(28억원), 귀뚜라미(26억원), 사슴벌레(14억원)도 판매됐다. 곤충업을 신고한 업소도 증가세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 신고가 접수된 곤충 생산·가공·유통 업체는 3012개로 전년(2873개)보다 140여개 증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곤충은 식품, 사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유망한 생물자원”이라며 “관련 산업의 규모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