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년간 디폴트 제로"…글로벌 은행들 '우량담보채권' 발행 확대

입력 2023-07-11 17:30   수정 2023-07-12 00:52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전 세계 은행들이 우량자산 담보채권(커버드본드) 발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중앙은행의 긴축(금리 인상)에 맞춰 예금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압박이 가중되자 ‘상대적으로 값싼’ 자금 조달처를 모색하면서다.

10일(현지시간) S&P글로벌레이팅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커버드본드 발행액이 1750억유로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커버드본드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국공채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담보부채권이다. 일반적으로 발행사인 은행뿐만 아니라 기초가 되는 담보자산 풀이 보증하는 트리플A 등급 채권의 일종이다.

커버드본드는 코코본드(티어1본드)와는 정반대 스펙트럼에 자리 잡은 최고 수준의 안전자산으로 통한다. 코코본드는 올해 3월 UBS가 파산 위기에 처한 크레디트스위스를 긴급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목받은 바 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발행한 물량이 전액 상각 처리됐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커버드본드는 프로이센의 프레데릭 대왕이 세계 최초로 고안한 이후 250여 년간 단 한 차례도 디폴트(채무불이행)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원래는 주로 유럽 은행들이 발행했지만 최근엔 호주, 캐나다 금융권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네덜란드 대형은행 ABN암로의 주스트 보몬트 분석가는 “커버드본드는 투자자에게 낮은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루한 상품이지만 동시에 매우 안전하다”며 “은행들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활용하는 자금 조달 수단이라는 점에서 통상 안전성의 등대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커버드본드 재유행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채권 매입(양적완화) 프로그램 종료를 앞두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시중은행이 막판 발행 물량을 쏟아낸 것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란 설명이다. ECB는 지난 10년여간 수천억유로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흡수했다.

커버드본드 시장이 장기적 호황에 접어들었다는 반론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폭에 맞춰 예금 금리를 더욱 높여야 하는 시중은행들이 값싸게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으로 커버드본드를 택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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