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시간당 70㎜의 폭우가 쏟아지며 호우 특보가 발효됐다. 서울 동작구 구로구 영등포구에는 ‘극한 호우’ 때 기상청이 보내기로 한 긴급재난문자가 처음으로 발송됐다. 기상청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12일까지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70㎜의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지하철 1호선·경부선 열차 한때 중단
기상청은 이날 오후 4시께 서울 동작구 상도·상도1·대방·신대방동, 영등포구 신길·대림동, 구로구 구로동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긴급재난문자는 작년 8월 8일 중부지방 집중호우를 계기로 도입됐다. 문자가 발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상청은 ‘1시간에 50㎜’와 ‘3시간에 90㎜’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상황에서 읍·면·동 단위에 긴급재난문자를 보낸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서울과 인천, 경기 고양시 구리시 남양주시 하남시 등에 호우경보를 발효했다. 호우경보는 3시간 강우량이 90㎜ 또는 12시간 강우량이 18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오전 한때 비가 그쳐 호우주의보를 해제했다가 오후 들어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비가 많이 내려 경보로 격상하는 등 돌발성 폭우가 이어졌다. 이날 수도권과 강원권·충청권 등 대부분 지역에 발효됐던 호우주의보가 오후 8시를 기점으로 상당수 지역이 해제됐다.
서울지하철 1호선은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가 약 15분 만에 재개됐다. 오후 4시45분 현재 노들로에서 올림픽대교 하남 방향 진입 연결로가 물고임으로 전면 통제됐다. 서울시는 27개 하천 출입을 전부 통제하고 60곳의 빗물펌프장을 가동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3시40분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2단계로 격상하고, 위기경보 수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경기 여주에서는 하천변을 산책하던 70대 남성이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오후 1시26분께 실종 지점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부산 사상구에서는 이날 오후 3시34분께 천변 주변에서 68세 여성이 실종돼 소방 당국이 수색작업에 나섰다.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광주광역시에선 어린이집 천장이 무너지고 도로 침수, 정전 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12일 밤 더 센 장마 온다
지난 9일부터 이어진 중부지방 폭우는 불안정한 대기에 시시각각 만들어진 비구름대가 합쳐지면서 게릴라성 폭우를 쏟아내고 있다. 현재 대기 상층으론 북쪽에서 한랭건조한 공기가, 하층으론 남쪽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공급되고 있다. 이 두 공기가 강하게 충돌하는 시점마다 비가 내리고 있다.기상청 관계자는 “북쪽에 있는 저기압이 한반도에 한랭건조한 공기를 밀어넣고 있다”며 “불규칙적으로 대기 상층부에서 내려온 건조한 공기와 하층부의 습하고 더운 공기가 만나 구름대가 형성되면서 소나기성 비가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11~12일 예상 강수량은 경기도 일부 지역·강원 내륙·충청·전라·경상권 30~100㎜, 서울·인천·경기 북서부·강원 동해·제주권은 5~60㎜ 등이다. 일부 지역은 최대 150㎜ 비가 내리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12일 밤부터는 강한 정체전선(장마전선)이 한반도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거대 기단인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정면 충돌하며 강한 장마전선이 생기는 것이다. 이 전선이 한반도로 올라와 주말까지 전국에 많은 비를 뿌리겠다.
기상청은 “올여름 형성된 장마전선 가운데 가장 강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8월 8일 서울에 시간당 141.5㎜의 비를 뿌렸을 때와 같은 남북으로 폭이 좁은 ‘띠 모양’ 장마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 구름대가 밤사이 식어야 할 지표의 열기를 가두는 효과를 내며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가 나타날 전망이다.
김우섭/김대훈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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