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금리 동향과 역전세(이전 계약보다 전셋값 하락) 문제는 여전히 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2023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에서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하반기 0.7%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락과 상승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변수와 투자 로드맵에 대해 알아봤다.
반면 건설산업연구원은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올 상반기 4.1% 떨어진 데 이어 하반기에도 0.7%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림 폭이 상반기보다 둔화하지만 ‘상저하저’를 나타낼 것이란 관측이다.
부동산 시장 전망을 둘러싼 여러 의견이 있지만 공통점도 있다.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 분위기가 차별화할 것이란 게 대표적이다. 건산연은 전국 집값이 올 하반기 떨어질 것이라고 봤지만 수도권은 보합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의 경우 하락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져 연간 5%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연초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의 하방 압력은 다소 누그러졌다”며 “하반기에도 연초 예고된 정책 시행, 기저효과에 따른 하락 폭 둔화 등으로 수도권 낙폭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의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집값 상승이 두드러질 지역’을 묻는 항목에 79.7%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꼽았다. ‘마·용·성·광(마포·용산·성동·광진구)’이 10.2%로 뒤를 이었다. ‘세종과 지방 광역시’는 1.7%에 불과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방은 미분양과 공급 과잉 등에 따라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거래가 늘어 바닥을 다지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공급 과잉에 따른 미분양 후유증을 해결해야 하는 지방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집값을 결정지을 변수로 ‘역전세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분양가 인상과 미분양 지속’ 등이 꼽힌다. 매수 심리가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여전히 과거와 비교해 금리와 집값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경기 둔화 우려 등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전세 사기, 역전세 등으로 인한 전세 시장의 불안도 전체 부동산 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건산연은 전국 주택 전셋값이 상반기 6% 하락에 이어 하반기 2% 내려 연간 8%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매수 수요가 줄고, 월세가격이 상승해 전세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입주 예정 물량이 수요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한동안 부동산 시장을 옥좼던 ‘고금리 태풍’은 마무리 단계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시장이 금리를 추가로 올리기 힘든 만큼 금리 동결과 인하 시점 정도만 변수로 남았다는 얘기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재테크 기회는 열려 있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입주 5년 내 신축 아파트와 공공·민간 분양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분양가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공사비 부담 때문에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이 늦춰지면서 착공 사업장이 줄고 있다. 다시 말해 3~4년 후엔 새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무주택자라면 타이밍을 따지기보다 기존 아파트 급매 위주로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미 급매물은 (시장에서) 많이 빠졌고 가격이 언제 또 반등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매수 적기를 저울질하기보다는 매물 자체의 가격대를 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매매 시장의 급매가 줄어든 만큼 신규 청약시장을 노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반기에 서울에서 대형 건설사의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또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의 공공 분양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부동산팀장은 “급매물을 잡아야 하는데 회복기를 맞은 서울 시장에선 타이밍을 이미 놓쳤다”며 “경기, 인천 등 일부 지역에 급매가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주택자에겐 ‘새 아파트’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청약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기회가 되면 대단지 민간 분양과 저렴한 공공분양 단지에 청약통장을 쓰는 게 좋다”고 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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