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A씨 등 철도노조 간부 7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범들의 범죄에 대한 지원행위 또는 그 법익 침해를 강화·증대시키는 행위로서 정범들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철도노조 조합원 2명은 한국철도공사의 순환전보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2014년 4월 9일부터 약 한 달간 15m 높이 조명탑의 중간 대기 장소를 점거했다. 이에 한국철도공사는 조합원들의 안전을 위해 조명탑 전원을 차단했고, 조합원 2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 피고인들을 조명탑에 오른 조합원 2명의 농성을 지지하기 위해 조명탑 아래 천막을 설치하고 지지 집회를 개최했다. 음식물, 책 등을 제공하고 조명탑에 올라 고공 농성 중인 조합원을 위로하기도 했다. 검찰은 A씨 등을 업무방해 방조죄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피고인들에게 벌금 50만~2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1심 형량이 무겁다며 벌금을 30만~100만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업무방해방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와 농성자들의 업무방해죄 실현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농성자들은 철도노조의 사전 계획과 무관하게 조명탑을 점거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들이 점거행위를 개시하게 된 데에 피고인들이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조명탑 점거행위를 지지하는 발언이 일부 있었더라도 그 내용과 경위 등에 비추어 그러한 언행이 표현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나 단결권의 보호 영역을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들이 음식물 등을 제공한 것은 고공에 설치된 좁은 공간에 장시간 고립되어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는 다른 경로가 없는 상황에 있던 조합원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요구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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