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위기에 7600조원 몰린 머니마켓펀드 규제 강화한다

입력 2023-07-13 08:49   수정 2023-07-13 09:03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머니마켓펀드(MMF)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지역은행 연쇄위기 이후 자금이 몰린 6조달러(약 7600조원) 규모의 MMF 시장에서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처럼 대규모 자본이탈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SEC는 12일(현지시간) MMF 규칙 변경안을 의결했다.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오늘날 거의 6조달러에 달하는 MMF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기존 은행 계좌를 대체할 수 있는 예금 수단을 제공한다"라며 "이 규칙을 종합하면 MMF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더 탄력적이고 유동적이며 투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MMF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인 기업어음(CP), 양도성 예금증서(CD), 콜론(Call loan)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뜻한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돈을 예치해도 운용 실적에 따른 이익금을 받을 수 있어 단기자금 운용에 적합하다.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으면서도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변경안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기관투자자들이 하루에 MMF 순자산의 5% 이상을 환매할 경우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이는 SEC가 2021년에 도입하고자 했던 '스윙프라이싱' 방식이 업계의 큰 반발에 부딪히자 내놓은 대안이다.

스윙프라이싱은 펀드에 추가로 자금이 들어오거나 나갈 때 이에 따른 거래 비용을 자금 유출 고객이 일부 부담하는 제도를 말한다. 경제 위기 등으로 인해 일부 투자자가 MMF 자산을 매각할 경우, 가격 하락분을 나머지 투자자들이 분담(자산 가치 희석)하게 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앞다퉈 자산을 팔아치우는 사태가 발생하는데, 이를 막기 위한 조치가 바로 스윙프라이싱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유동성 수수료 제도에 대해 "스윙프라이싱과 비슷한 이점이 있지만 펀드 매니저가 더 쉽게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동성 수수료제는 규제에 찬성·반대하는 양측의 비판을 받았다.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비영리기구 '더좋은시장(Better markets)'은 "유동성 수수료는 투자자 이탈과 관련해 스윙프라이싱보다 약한 해결책"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뮤추얼펀드 업계를 대변하는 투자회사협회는 "수수료가 비싸고 투박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회사협회는 유동성 수수료제가 2021년 공개된 325장 분량의 제안서에서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SEC 내부에서도 반대표가 나왔다. 공화당 소속 위원인 헤스터 피어스와 마크 우예다가 반대 의견을 냈다. 우예다 위원은 "위원회가 단순히 알려진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으로 방황하는 것은 혼란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SEC 위원회는 상원 승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아울러 SEC는 MMF의 초단기자금 비율을 늘리도록 했다. 하루 만기 자산을 현재 10%에서 25% 이상으로, 일주일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을 현재 30%에서 50% 이상 보유하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은 내년 6월 시행될 예정이다.

MMF는 지난 3월부터 '안전 자산 대피처'로 각광받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는 등 금융 위기가 확산하면서 은행 예금도 안전 자산이 아니라는 공포가 커지면서다. 미국 투자기업협회(ICI)에 따르면 MMF 순자산은 올해 초 4조8000억달러에서 5월 5조4000억달러로 증가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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