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금융투자업계 신사업 분야로 꼽히는 토큰증권(ST)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해 일반투자자도 ST 투자를 할 수 있는 장외시장을 허용한다. 이를 통하면 기업 등이 프로젝트나 지식재산권(IP)별로 증권을 만들 수 있다. 투자자가 YG엔터테인먼트 종목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블랙핑크 새 앨범에만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정은 일반투자자에겐 투자한도를 정할 계획이다.
13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정무위원회·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는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자본시장에 힘이 되는 벤처·스타트 氣UP(기업) STO(토큰증권공개)' 공청회를 열고 ST 제도화를 위해 필수인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 초안을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ST 가이드라인 격인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밝힌 이후 당정이 협의해 마련한 법안이다. 당정은 각계 공청회 등을 거쳐 법안을 하반기 발의하는 게 목표다. 법안은 공포 1년 뒤 시행된다.
ST는 블록체인을 비롯한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다. 가상자산과 증권의 교집합 격으로 적용되는 법이 분명치않아 현행 제도상에선 ST를 발행·거래할 수 없다. ST를 통하면 기존 전자증권으로 발행이 어려웠던 다양한 권리를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상업용 빌딩, 예술품, 명품 잡화, 지식재산권(IP) 등 모든 자산이 해당된다. 증권업계 등이 ST를 활용해 새로운 혁신 신사업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법 개정안 초안은 분산원장을 전자증권의 새로운 기술로 도입·인정하고, 토큰증권 발행·유통은 자본시장법 규율 하로 놓는 게 주요 내용이다. 기존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체계에 토큰증권을 들인다는 얘기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공모 규제, 공시 의무, 인·허가 제도, 이해상충방지 규제 등 기존 자본시장법에 따른 증권 관련 제도적 투자자 보호장치를 ST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된 현행 증권제도를 바탕으로 분산원장의 장점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전자증권법을 개정해 분산원장을 활용해 자기발행 증권을 기록·관리할 수 있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을 신설할 계획이다. 최정철 예탁결제원 전략기획본부장은 “이에 대해선 일반 계좌관리기관(금융회사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동일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선 일반투자자도 ST 투자를 할 수 있는 장외시장을 허용한다. 이를 통하면 ST를 활용해 각종 프로젝트나 자산에 따르는 수익을 증권으로 발행하는 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장은 “장외거래중개업자를 신설해 수익 증권과 투자계약증권이 다자간 거래되는 장외시장을 마련할 것”이라며 “장외거래중개업자에는 예탁금 별도 예치를 비롯해 기존 증권사에 대해 시행하는 규제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정은 ST를 발행하는 쪽에는 한도를 두지 않을 방침이다. 현행 샌드박스 상엔 발행한도가 있지만 제도화를 완료한 경우엔 따로 규제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반면 일반투자자에 대한 ST 투자 한도는 향후 시행령을 통해 정할 예정이다. 이 과장은 “과도한 고위험 투자로부터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수익증권보다 투자위험이 좀더 높은 투자계약증권의 투자한도를 더 낮게 설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법안 초안 공개로 증권·정보기술(IT)업계 등의 ST 신사업 불확실성이 확 풀리진 않았다는 평가다. 그간 업계가 ST 시장 활성화 주요 변수로 꼽았던 일반투자자의 ST 투자 한도 규모 등은 밝혀지지 않아서다. 이 과장은 “법령 개정 후 의견수렴 절차를 더 거쳐 시행령과 규정 등 하위법규를 정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구체적 요건을 비롯한 법률 위임사항을 정하겠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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