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 신사업 분야로 꼽히는 토큰증권(ST)에 대해 일반투자자는 투자 규모를 제한하기로 한 당정의 방침을 두고 업계가 우려 목소리를 잇따라 내놨다. 일반투자자들의 진입 걸림돌이 돼 신시장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정무위원회·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는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자본시장에 힘이 되는 벤처·스타트 氣UP(기업) STO(토큰증권공개)' 공청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 초안을 밝혔다. 당정은 각계 공청회 등을 거쳐 법안을 하반기 발의하는 게 목표다. 법안은 공포 1년 뒤 시행된다.
ST는 블록체인을 비롯한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다. ST를 통하면 기존 전자증권으로 발행이 어려웠던 다양한 권리를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다.
당정은 ST의 발행 한도는 두지 않되, 일반투자자의 ST 투자 한도는 향후 시행령을 통해 정할 예정이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과도한 고위험 투자로부터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수익증권보다 투자위험이 좀더 높은 투자계약증권의 투자한도를 더 낮게 설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각계 전문가들로부터는 일반 투자자들에 대해선 장외거래 투자한도를 두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여럿 나왔다. 사업자 등이 기존 법령에 따른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하게 하는 정도로 충분하다는 얘기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투자자가 자기 책임의 원칙 하에 투자한도를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도를 정한다면 일반투자자들이 충분히 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의 한도를 허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투자한도를 설정하면 산업 발전 속도가 더뎌질 위험도 있다“고 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간 일반투자자들은 잔치가 열렸을 때 음식을 먹지 못하고 '설거지'를 한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금융 신산업이 등장한 시기에 이익을 보지 못하고 자금만 붓는 역할에 그치기 일쑤였다는 얘기다. 그는 “새로 만들어질 ST 산업이 시장의 신뢰를 얻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일반투자자들이 활발히 참여해 이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이사는 "거래의 위험도는 상품의 특성에 달려있는데 현재 논의되는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형 ST는 구조가 복잡하지도, 가격변동폭이 크지도 않다"며 "이를 단순히 장외거래라고 해서 고위험 투자로 간주해 일반투자자의 투자한도를 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혁신 산업을 키우려면 신속한 입법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ST 관련 법안 개정안은 혁신 산업에 대해 당정이 빠르게 규율 체계를 마련한 모양새“라며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앞서 가상자산법이 마련되기까지 5년 이상이 걸렸다“며 “이번엔 입법까지 기간이 보다 신속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황현일 변호사는 “제도화가 늦어지면 실제 사업화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쟁점이 될 수 있는 사항은 과감히 하위 법령으로 위임해 신속한 입법을 부탁한다“고 했다.
류지해 이사는 “분산원장은 아직 완성이 되지 않은 기술“이라며 “법적 정의가 정해지는 과정에서 기술 발전을 포용할 수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법적으로 너무 자세히 사전에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분산원장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홍재근 카사코리아 대표는"계좌관리기관의 분산원장 관리에 대한 명확한 책임 범위가 시행령을 통해서 별도 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 후 금융감독당국은 일반투자자 투자 한도 도입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장 발전 초기에 투기성 자금이 지나치게 몰리면 시장이 왜곡될 수 있어서다.
이수영 금융위 과장은 “프로젝트 기반 ST 발행·유통 과정에서 발행업자 등이 실제 프로젝트 구현이 아니라 ST의 가격 추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다“며 “다만 투자자 한도 규모 등에 대해선 오늘 나온 이야기를 검토해 향후 시행령 등에 충실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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