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국내 대형 닭고기 업체들을 소집해 가격 인하를 요청했다. 축산물 원료인 사료부터 우유, 밀가루, 라면에 이어 닭고기까지 전방위적인 가격 인하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농식품부는 13일 오후 2시 세종시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하림, 참프레, 올품 등 닭고기 계열화 사업자 10곳과 협의회를 열고 최근 상승세인 닭고기 가격 인하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 4월27일 열린 협의회에서 가격 안정을 위해 기업들이 병아리 입식을 3~5% 확대할 것을 요청한지 두 달여만에 재소집이 이뤄진 것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온 닭고기 가격이 보양식 수요가 몰리는 7~8월을 맞아 추가 상승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농축산물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0.8% 하락했지만 닭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13.7% 상승했다. 초복이었던 지난 11일 기준 닭고기 소매 가격은 kg에 6420원으로 전년대비 13%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농식품부가 0% 할당관세가 적용된 수입산 닭고기 3만t을 들여오는 등 가격 안정 노력을 기울인 것이 무색한 결과다.
전반적인 물가 안정 추세에도 닭고기 가격이 상승 중인 원인은 공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육계 도축량은 6442만마리로 전년(6817만마리)대비 5.5% 감소했다. 최근 폭염과 조류인플루엔자(AI)등의 영향으로 알을 낳는 닭들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마릿수 자체가 줄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농식품부는 이날 업체들에 입식 마리수를 지속 확대해 닭고기 가격 안정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납품 가격 인하 등 직접적인 가격 인하 요구까진 이르지 않았지만 사실상 가격 인하에 나설 것을 촉구한 셈이다.
대신 농식품부는 계열회사의 추가 입식을 지원하기 위해 저리 대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업체들에 설명했다. 사료가격 조기 인하를 유도해 생산비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부는 지난 달부터 라면, 밀가루, 우유 등 주요 품목에 대해 매주 업체들을 불러모아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 추이는 둔화됐지만 빵(11.5%), 라면(13.4%), 우유(9.0%), 스낵과자(10.5%) 등 가공식품은 7.5%, 외식 물가는 6.3% 오르는 등 국민 생활에 직결된 분야의 물가 안정 체감도는 낮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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