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보다 밤이 더 밝은 도시 마카오. 카지노 호텔들이 앞다퉈 하늘로 뻗은 이곳은 ‘코타이 스트립’이다. 누구든 단번에 빨아들일 듯한 화려함은 우리의 본능과 욕망을 자극한다.
코타이 스트립은 60년 전만 해도 조개와 게가 나오는 어촌이었다. 자본을 향한 열망이 타이파섬과 콜로안섬 사이에 5.2㎢ 크기의 간척지를 만들어냈다. 모래만 1000만t 넘게 들어갔다. 말 그대로 자연까지도 극복한 ‘욕망의 땅’인 셈이다.
포르투갈령 시절에는 스탠리호 가문이 카지노 운영권을 독점했다. 그러나 이후 포르투갈이 철회하면서 2001년 독점 체제가 깨졌고, 이때 세계 최대 카지노 운영 기업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 등 전 세계 카지노 자본이 유입됐다. 이어 마카오는 머잖아 2006년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제1의 카지노 도시가 됐다.
마카오의 카지노들은 도박산업에서 그치지 않았다. 리조트 안에 쇼핑 시설, 레스토랑, 수영장, 컨벤션홀 등을 더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만들었다. 가족 단위 관광객과 컨벤션 참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로 마카오는 국내 여행족 사이에서도 ‘호캉스’(호텔+바캉스)의 성지로 불린다. 비행시간 4시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서다.
최근 코타이 스트립에 ‘런더너 마카오’가 새로 문을 열었다. ‘샌즈 코타이 센트럴’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가 2021년부터 2년여에 걸쳐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들여 증축했다. 그리고 ‘런던 여행’ 콘텐츠를 더했다. 그동안 파리지앵, 베네치안호텔을 성공시킨 샌즈그룹의 작품이다.
영국의 전통 건축 양식과 현대적인 감각의 조화가 먼저 눈을 사로잡는다. 출입문을 여는 순간 펼쳐지는 거대한 메인 로비는 수정궁에서 영감을 얻었다. 로비 한가운데는 런던 트라팔가 광장 내 분수 모양의 ‘섀프츠베리 기념 분수’가 있다. 버킹엄 궁전에서 따온 바닥 패턴과 정교한 조형물들이 아름답다. 영국을 상징하는 근위병 교대식도 매일(월요일 제외) 오후 볼 수 있다. 빨간 제복을 입은 근위병의 ‘칼군무’를 보다 보면 실제 궁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런더너 마카오는 콘래드 마카오, 쉐라톤 그랜드 마카오,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 런더너호텔, 런더너 코트의 5개 호텔로 이뤄져 있다. 총 객실 수는 600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런더너 호텔은 약 600개 객실 모두 스위트룸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침실 층으로 도착하는 순간 ‘화이트티’ 향이 코에 스며든다. 홍콩 출신 전문 조향사가 런더너 호텔만을 위해 개발한 향이다.
최상의 2개 층은 축구 팬에겐 꿈 같은 곳이다. ‘스위트 바이 데이비드 베컴’ 방 14개는 샌즈 리조트의 앰배서더인 데이비드 베컴이 디자인에 참여했다. 그가 고른 소품과 사진이 곳곳에 준비돼 있다. 초청받은 사람만 객실을 사용할 수 있어 일반 예약은 어렵다.
문밖으로 나서지 않고도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특권도 있다. 방 안에서 마사지를 받거나 사우나를 이용할 수 있다. 헬스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전용 피트니스 룸도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통해 다양한 원두커피를 내려 먹거나 중국 차를 우려먹을 수 있다.
마카오=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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