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희림건축을 고발한 것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희림과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 대표를 사기미수와 업무방해 입찰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두 건축사사무소가 서울시가 제시한 용적률 등에 부합하지 않는 설계안을 제시해 조합원 등을 현혹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가설계안을 근거로 특정 업체를 고발한 것은 전례가 없다. 건축업계 한 관계자는 “정비사업 입찰 경쟁 과정에서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것은 다반사지만 지침 위반을 이유로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업체를 경찰에 직접 고발한 사례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 신통기획안이 변동이 가능한 만큼 형사고발 혐의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가 고발이란 초강수를 둔 것은 압구정 3구역 설계사 선정 과정이 신속통합기획 사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전해졌다. 초미의 관심 지역인 압구정에서 서울시 기획안을 ‘대놓고 패싱’하는 제안이 나온 만큼 강력한 선례를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 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근거하면 희림이 제안한 360% 용적률은 나올 수 없다”며 “재량 범위도 넘어서는 제안을 한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압구정3구역 설계안 공모는 희림과 해안건축 2파전이다. 해안건축은 법적 상한 용적률 300%에 맞춘 설계안을 제시했지만 희림 측은 용적률 360%와 임대주택이 없는 설계안을 제시했다. 제로에너지 주택, 지능형 건축물 등 건축법과 주택법 등에 근거한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한 설계라는 것이 희림의 주장이다. 조합은 15일 총회에서 설계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서울시 대응이 몰고 올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수주에서 과도한 제안으로 조합원을 호도하는 사례가 다반사여서다. 지난해 말 시공사를 선정한 용산구 한남2구역도 재정비촉진계획변경지침상 높이 기준(90m)을 크게 웃도는 제안(118m)을 했지만 서울시는 관여하지 않았다.
한 설계업체 관계자는 “희림 측 제안 문제를 조합원에게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판단하게 하면 될 일”이라며 “앞으로는 모든 정비사업장마다 들여다보고 고발하겠다는 것인지, 신속통합기획만 특별관리하겠다는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 조합원은 “서울시야말로 조합 업무를 방해한다”며 시를 맞고발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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