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작가들의 파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배우, 방송인들도 합류를 예고했다.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이하 배우조합) 수석협상가 던컨 크랩트리-아일랜드는 1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 투표로 오늘 밤 12시(현지시간)부터 파업을 시작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배우 조합은 배우, 방송인 등 16만명이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넷플릭스,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등 대기업 스튜디오들이 있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고용계약 협상을 벌여 왔다. 본래 배우조합과 AMPTP 간 계약은 지난달 30일 만료될 예정이었다가 협상 과정에서 한 차례 연장돼 전날 오후 11시 59분(미 서부시간 기준) 만료됐다.
배우조합은 앞서 파업을 시작한 작가조합과 마찬가지로 스트리밍 시대 도래에 따른 재상영분배금(residual)과 기본급 인상,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배우의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특히 OTT 플랫폼에서는 시청자들이 작품을 볼 때마다 작가·감독·배우들에게 지급되는 로열티인 재상영분배금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이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배우조합원들의 불만으로 꼽혔다.
또한 배우들은 또 자기 외모나 목소리가 AI가 생성하는 이미지에 무단으로 사용될 것을 우려하면서 이를 방지할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의료·연금보험 강화와 불합리한 오디션 관행 개선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배우조합과 AMPTP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협상 막판에는 미 연방조정화해기관(FMCS)이 개입해 중재를 시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프랜 드레셔 배우조합 회장은 "고용주들은 월스트리트와 탐욕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그 기계를 작동시키는 필수적인 기여자들을 잊고 있다"며 "역겹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AMPTP 측은 성명을 통해 "(파업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노조의 선택"이라며 "노조가 역사적인 임금·재상영분배금 인상, 연금·건강보험료 상한액 대폭 인상, 시리즈 제작 기간 단축, 배우의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하는 획기적인 AI 대책 등을 담은 우리의 제안을 묵살했다"고 반박했다.
배우조합이 파업을 진행하는 건 1080년 이후 43년 만이다. 배우조합과 작가조합의 동반 파업은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작가조합이 지난 5월 2일부터 2개월 넘게 파업을 진행 중인 상태에서 배우조합까지 파업에 합류하면서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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