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외국인 근로자의 42.3%가 입국 1년 내 근무지를 바꾸고 있습니다. 사업장 변경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근로계약을 맺어놓고선 입맛에 맞는 업체로 옮기려고 약속을 깨는 것입니다. E9 비자로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는 30만 명에 달합니다. 일부 외국인 근로자는 회사 책임 때문에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는 것처럼 꾸미려고 가짜 피가 나오는 캡슐을 먹고 피를 토하는 일을 반복하기까지 합니다.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우리나라의 규제가 느슨해 한국행을 선호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고 합니다. 외국인 고용정책을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기 위해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알아봅시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정책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이해해봅시다.
2003년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이 제정됐습니다. 이 법이 외국인 근로자를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으로서 국내에 소재하고 있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거나 제공하려는 사람’이라고 규정하면서 외국인 근로자가 법률 용어가 됐습니다.
외국인고용법은 제정 이유를 ‘내국인 근로자에 대한 고용기회 보호의 원칙하에 외국인 근로자를 체계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인력수급을 원활히 하여 중소기업 등의 인력부족을 해소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고용관리와 근로자로서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근거해 2004년 고용허가제가 시행됐습니다. 고용허가제는 중소기업이 한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하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는 근로자 신분으로 한국인 근로자와 같이 노동법을 적용받습니다.
외국인 근로자가 자신이 일할 기업을 바꾸는 ‘사업장 변경’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힙니다. 고용허가제에서는 사용자(회사)의 귀책사유가 있을 때에 한해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일로부터 3년 내 3회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자신과 근로계약을 맺은 중소기업의 사정은 외면하고 근로계약을 해지하려고 회사의 책임인 것처럼 상황을 꾸미기 위해 온갖 꼼수를 동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을 돕는 브로커까지 판치고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자신의 이직(사업장 변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태업이나 무단결근 등으로 애를 먹이는 외국인 근로자도 많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점입니다. 현행 고용허가제에서 입국 후 외국인 근로자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지난 5일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에 대한 개선 방안을 내놓은 사실입니다. 오는 9월부터 고용허가 비자(E9)로 입국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사업장을 바꿀 때 수도권, 충청권, 전라·제주권 등 특정 권역 내에서만 변경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처음 입국할 때 허가받은 업종 내에서라면 전국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사용자 잘못이 아닌 사유로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경우 해당 사업장의 내국인 구인 노력 의무 기간을 면제해주기로 했습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제조업은 14일, 농축산업은 7일간 내국인을 대상으로 구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정부의 이번 방침이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울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이 첫 3년간 원칙적으로 ‘불가’한 일본이나 대만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합니다. 자신이 맺은 근로계약을 깨려고 꼼수를 동원하고 그런 꼼수가 먹히는 허술한 제도는 확실하게 정비돼야 합니다.
2. 외국인고용법 제정 이유를 정리해보자.
3. 사업자 변경 제한에 대해 토론해보자.
그렇다면 외국인 근로자 고용정책을 어떻게 짜야 할까요. 지난 20년간 외국인 고용정책의 핵심이었던 고용허가제의 기본 원칙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2004년 고용허가제가 도입될 때 보충성 원칙, 정주화 방지 원칙(단기순환 원칙) 등이 기본 원칙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보충성 원칙은 내국인 근로자의 일자리 잠식과 임금 및 근로조건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외국인 근로자는 보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먼저 내국인을 대상으로 구인 노력을 해야 하는 의무규정을 둔 것이 보충성 원칙과 관련됩니다. 이 원칙은 앞으로도 강화돼야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는 중소기업 등의 인력 미스매치 현상을 해소하는 보충적 관점에서 활용돼야 합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몇 년간 호흡을 맞추고 업무에 익숙해진 외국인 근로자를 계속해서 고용하고 싶어 합니다. 정부도 이런 입장을 이해하다 보니, 단기순환 원칙에 예외가 생기고 느슨해졌습니다. 정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지난 5일 ‘장기근속 특례’ 제도를 신설해 올해 안에 시행하기로 한 것도 단기순환 원칙과는 맞지 않습니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는 한국 입국 후 4년10개월이 지나면 한 차례 출국해야 하며 6개월 뒤 재입국할 수 있습니다. 장기근속 특례 제도는 동일 사업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출국·재입국 절차 없이 계속 한국에서 일할 수 있게 합니다. 정주화 방지 원칙과 장기근속 외국인 근로자 활용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대구고용노동청장을 지낸 이태희 대구한의대 진로취업처 특임교수는 최근 한경 인터뷰에서 “근로기준법에는 수습 근로자의 경우 임금액의 10%를 감액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에게 수습 기간을 부여하면 최저임금법 위반 논란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임금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 정주화 방지 원칙을 설명해보자.
3.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제 적용에 대해 토론해보자.
장경영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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