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패션으로 레인부츠(장화)를 신은 사람들이 눈에 띈게 늘었지만, 잘못 신었다간 발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당부 된다.
레인부츠는 올해 '장마룩' 최고 인기 아이템으로 꼽힌다. 롯데온은 지난 한 달간 레인부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0% 늘었다고 밝혔다. LF몰은 같은 기간 레인부츠 키워드 검색량이 전년 대비 10배, 전월 대비 60% 급증했다고 했다. 같은 달 에이블리에서도 레인부츠 검색량은 190% 배나 뛰었다.
최근 나온 레인부츠 상품은 이 신발의 장점인 방수 기능에 다양한 디자인까지 갖추며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 기능성 아이템 넘어 개성을 드러내는 패선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통풍이 잘되지 않아 습해지기 쉽고, 장기간 착용할 경우 발에 무리가 가기 쉬워 건강 측면에서 위험 요소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인부츠는 무좀균의 천국이다. 피부가 밀폐된 공간에서 습기와 땀이 뒤엉키게 되면 무좀을 일으키는 진균이 자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무좀이 생겨 집에 있는 연고 등을 임의로 사용할 경우 증상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2차 감염 및 다른 피부질환을 유발하기도 쉽다.
임이석 임이석테마피부과의원 원장은 "레인부츠와 같이 통풍이 어려운 신발을 장시간 착용하면 신발 내부의 땀으로 인해 무좀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며 "특히 폭우에 젖은 레인부츠를 신고 귀가 후 그대로 방치하면 세균과 곰팡이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인부츠는 족저근막염과 같은 발 질환을 유발하기도 쉽다. 족저근막염은 발바닥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특히 레인부츠를 신을 때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레인부츠의 주요 소재가 연 일반 운동화나 구두에 비해 무거운 고무나 폴리염화비닐(PVC) 재질이고, 미끄럼 방지를 위해 바닥에 덧대는 고무 깔창까지 더하면 무게가 상당해지기 때문. 신발이 무거워지면 발바닥 전체가 한 번에 땅에 닿기에 충격이 골고루 분산되지 않아 족저근막염을 악화시키기 쉬운 환경이 된다.
미끄럼 방지 기능이 없는 레인부츠는 빗길 낙상 위험도 높다. 빗길에 넘어지면 커다란 외부 충격이 허리뼈 부위 근육과 인대에 가해지면서, 급성 요추염좌와 골절상을 입기 쉽다. 자칫 허리까지 손상되면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으며,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다 결국 하반신 마비로까지 번질 수 있다.
그런데도 레인부츠를 신어야 한다면 제품 선택 시 비교적 가볍고 굽이 낮은 것을 골라야 한다. 밑창에는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어야 하고, 평소 신발 사이즈보다 한 치수 큰 것을 구입한다면 조금이라도 통풍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레인부츠를 착용할 때는 부츠에 맨살이 직접 닿지 않도록 땀 흡수력이 좋고 발목 길이가 긴, 면 소재의 양말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사무실 등 실내에서는 통풍이 잘되는 슬리퍼로 교체하거나, 여분의 양말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레인부츠 착용 전후 청결하고 건조한 상태를 유지할 것을 강조한다. 레인부츠를 벗은 후에는 발가락 사이까지 꼼꼼히 닦아야 하며, 부츠와 발도 완전히 건조 시켜야 한다. 젖은 부츠를 방치하면 악취가 나고 곰팡이도 생기기 쉬워 마른 수건으로 내부를 깨끗이 닦아내야 한다. 신발 안에 신문지를 구겨 넣거나 제습제를 넣어 두는 것도 습기와 악취제거에 효과적이다.
장기간 레인부츠를 착용하고 귀가한 날에는 따뜻한 물로 족욕 하는 것도 필요하다. 발 근육을 이완시켜야 족저근막염 같은 질환을 예방할 수 있어서다. 만약 무좀이 발생했다면 항균제 연고나 크림을 1개월 이상 꾸준히 발라야 하며, 피부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도 좋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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