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봤다고 돈 빼면 안 돼요…'이 방법' 쓰면 벌죠" [긱스]

입력 2023-08-04 13:42   수정 2023-08-04 13:43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 전문가(advisor)의 합성어입니다. 알고리즘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말합니다.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 파운트는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인도 손쉽게 자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영빈 파운트 대표는 “개인들의 자산관리를 도와 노후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최근 김 대표를 만나 회사의 경영 철학과 사업 전략을 들어봤습니다.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뒤 2003년 입대해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자원했다.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7개월간 지냈다. 복학한 뒤엔 친구들과 독도를 알리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전 세계를 횡단했다. 그 과정에서 세계적 투자가 짐 로저스를 만나 친분을 쌓기도 했다. 학부 졸업 뒤엔 서울대 로스쿨에 진학해 초대 학생회장을 맡았고,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약 3년간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전문기업 파운트의 김영빈 대표(40) 얘기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생활과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를 돌면서 '가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무엇보다 노후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2015년 창업한 파운트는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를 인공지능(AI)을 통해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알고리즘,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투자자의 성향, 리스크 수준, 기대 수익률 등을 자동 분석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자산관리를 돕는다.

김 대표는 “자금이 적다는 이유로 자산관리 서비스에서 소외받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며 “파운트의 궁극적인 미션은 인류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Q. 파운트라는 회사명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파운트는 분수라는 영어 단어 '파운틴(fountain)'의 고어예요. 자산을 불려준다는 의미도 있고, 맑고 투명하게 자산관리를 해준다는 의미도 있죠.

Q. 최근 파운트의 '제1금융권 주택담보대출 비교 견적 서비스'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 서비스로 선정됐습니다.
A. 저희가 강점이 있는 게 로보어드바이저인데, 결국 자산관리거든요. 파운트는 '자산관리의 대중화'를 꿈꾸는 회사입니다. 테슬라가 마치 전기자동차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듯, 저희는 자산관리의 대중화를 추구하죠. 서민들도 은퇴 후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자산관리를 돕자는 게 파운트의 미션인데 사실 사람들이 관리할 돈이 별로 없어요. 다들 집 사거나 전세 살면서 대출금 갚기에 바쁘죠. 결국 부동산이 자산관리의 시작점이더라고요. 가장 절실한 게 대출이고, 거기서부터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신뢰를 쌓으면서 은퇴 설계나 연금 부분도 자연스럽게 서비스로 녹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요.

Q. '온오프라인 연계' 주담대 비교 서비스라고 하던데, 대출 중개인들이 이용자들에게 상품을 제시하는 형태인가요?
A. 쉽게 말해 역경매 방식인 '헤이딜러'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출 중개인이 대출 한도와 금리 등을 제시하는 방식이죠. 그걸 보고 이용자들은 원하는 대출액과 금리 등을 따져 상품을 선택하는 겁니다. 파운트는 대출 중개법인과 제휴를 맺고 양쪽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고요. 앞으로 3개월 안에 시스템을 구축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Q. 파운트는 그동안 기업 간 거래(B2B) 사업 중심으로 커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그동안 기술을 기반으로 좋은 금융 상품을 만들고, 사람들의 자산을 운용해 주기 위해 힘을 다하는 회사가 한국에 얼마나 있나'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곳이 별로 없었어요. 파운트의 역할은 일종의 '금융 제조업자'가 되겠다는 것이죠. 엄청난 마케팅비 쓰고 해서 회사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기술을 인정받고 싶은 거죠. 그래서 B2B부터 시작한 겁니다. 좋은 기술이 있고, 좋은 상품을 만들면 전문가들은 그것을 알고 활용해 주거든요. B2B 사업을 통해 성과와 매출을 만든 뒤 일반 소비자 플랫폼으로 확장해 가는 전략이죠. 앞으로 5년, 10년 뒤에는 기술 기반 금융 상품으로 가장 신뢰받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Q. 파운트의 운용 자금은 얼마 정도인가요?
A.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1조5470억원(금융투자협회 공시) 정도입니다.

Q. B2B와 B2C 비중은 각각 어느 정도입니까.
A, B2B 분야가 전체 운용 자산의 80%가량을 차지합니다.

Q. 소액으로도 글로벌 ETF에 투자할 수 있는 '미니 ETF'라는 상품도 출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A. 해외 ETF들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면 금액이 커야 되거든요. 채권 ETF 한 주 구매하는 데 20만원 이상 하는 것들도 있고요. 저희는 위험 대비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어서 포트폴리오 최적화에 힘쓰고 있는데, 여러 ETF를 묶어 구성하면 300만~500만원 정도 돼요. 그러면 너무 금액이 커지니까 이것을 쪼개서 살 수 있게 한 거죠. 이런 식으로 20만원 정도로도 투자할 수 있는 '미니 ETF'를 만든 겁니다.

Q. 인공지능(AI)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A. 쉽게 생각하면 사람마다 자산관리를 도와주는 '프라이빗 뱅커(PB)'를 한 명씩 붙여준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런데 사람마다 상황이 달라요. 어떤 사람은 내가 1년 뒤에 돈을 꺼내야 한다거나, 3년 뒤에 집을 마련해야 한다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다거나 다양하겠죠. 투자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길면 더 공격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요. 그런데 사람마다 최적화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으로 하는 거죠.


Q.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을까요?
A. 한 10년 정도를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S&P500, 채권 등을 섞어서 포트폴리오 구성해 오랜 시간 묵혀두면 돈을 벌 수 있죠. 이것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어요. 워런 버핏도 자기 죽으면 아내한테 그렇게 투자하라고 제안하잖아요.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투자의 정석' 같은 방법론이에요. 그런데 이게 모두에게 정답은 아니죠. 사람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니까요. 전설적 투자자 피터 린치의 마젤란펀드가 13년간 2700% 수익을 냈어요. 그런데 이 펀드에 들어갔던 사람들 중 절반은 돈을 잃었죠. 왜냐면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손실을 보면 돈을 빼요. 가장 좋은 지수로 여겨지는 S&P500도 2008년 금융위기 때 60%가 빠지고, 코로나 때도 38%가 빠졌죠. 만약 개인이 3억~5억원 정도 투자했는데 한 달 사이에 1억원이 빠졌다고 생각해 봐요. 절대 감당 못하죠. 따라서 각자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중요하죠.

Q. 개인의 투자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할 거 같습니다.
A. 투자 기간은 어느 정도로 보는지, 언제 투자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확인하죠. 또 중간중간 고객 상담도 하면서 조정해 드립니다. 투자를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다 돈을 벌 수 있어요. 진짜 '무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10년을 바라본다고 하면 정말 누구도 반박할 수 없죠.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저희 포트폴리오 방법론으로 10년 투자에서 손실을 볼 수는 없어요. 그런데 그 기간을 이어가기가 쉽진 않죠.

Q. 특히 개미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A. 저희가 내세우는 '핵심 가치'가 사람들이 자본시장에 머무르게 하는 건데요. 그래서 노후에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그런데 손실이 나면 다들 무서우니까 예금에 돈 박아놓고 그렇죠. 아니면 특정 주식에 '몰빵'하면서 빚까지 져가면서 인생 역전 노리는데 사실 그렇게 해도 안 되거든요. 저희 타깃 수익률은 연 7.2% 수준이에요. 낮다고 느끼는 분도 많죠. 그런데 10년이면 2배, 30년이면 8배, 50년이면 32배가 되죠. 지금은 '100세 시대'인데, 만약 내가 30살 때 넣은 돈을 80살 때 꺼냈는데 32배가 됐다면 어마어마한 거예요. 우리가 10억원짜리 집이 320억원이 될 거라고 기대 못 하잖아요. 그런데 금융 투자로는 가능한 거죠. 10년 투자로 연 7.2% 수익률은 충분히 가능하고 건전한 수준이거든요. 그런데 이걸 대부분 못하죠. 왜냐면 어떤 때는 10%, 15% 손실도 감내해야 하는데 그걸 하기 힘들어해요. 저희는 이런 것을 이해시키고, 사람들이 자본시장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돕는 거죠.

Q. 파운트 회사 얘기도 좀 해보시죠. 지금까지 투자는 얼마나 받으셨나요?
A. 누적 투자 유치액은 약 740억원 정도입니다.

Q. 직원이 70명 좀 넘는다고 하던데요. 꽤 자금을 많이 확보하신 거 같습니다.
A. 저희가 연구개발(R&D) 중심의 기술 회사이기 때문에 석·박사급 고임금자들이 많습니다. 시카고대, 코넬대, 스탠퍼드대 박사 이런 분들도 있고요.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에서 다양한 인재들 모셔 오기도 했어요. 또 증권사를 확보하는 측면에서 한국포스증권 2대 주주로 200억원을 증자하기도 했거든요.

Q. 그러면 후속 투자도 계획하고 계신가요?
A. 올해 하반기에는 좀 열심히 해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Q. 이력이 독특하신 거 같습니다. 로스쿨 졸업에 아프가니스탄도 가셨다던데요?
A. 저는 과거부터 창업에 뜻이 있었고요. 학부는 서울대 경제학과인데 졸업 후 로스쿨에 갔죠. 변호사가 되기보다는 규제나 법을 알면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로스쿨을 선택했습니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갔고요. 아프가니스탄은 제가 학부 때 군대에서 전쟁터를 경험하고 싶은 생각에 자원해서 간 겁니다. 부모님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겨우 설득해서 갔어요. 그런데 진짜 전쟁터라고요. 그렇게 위험한지 몰랐어요. 아마도 그때가 제 삶의 방향이 달라졌던 계기였던 거 같습니다. 바그람 공군기지에 있었는데 '가난이라는 게 사람을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거 같습니다.

Q. 전 세계를 돌면서 독도도 알리셨다고 하던데요.
A. 군대 다녀와서 2006년에 오토바이를 타고 독도를 알리기 위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경험을 했는데요. 미국부터 시작해서 파키스탄도 가고, 히말라야 넘어 중국도 가고 그랬죠. 저희가 4명이 함께 다녔는데 오토바이로 가니까 시골까지 다 땅을 밟고 가는 거죠. 다녀와서 책도 썼죠. 뉴욕에서 독도 알리기 활동으로 사물놀이 공연을 하던 중에 짐 로저스의 친구를 우연히 만났어요. “내 친구도 바이크를 타고 세계를 돌았다”며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 연결을 해줬는데 그게 로저스였죠. 통화 후 저녁 약속까지 잡았고, 그게 인연이 돼서 파운트를 창업할 때 로저스가 엔젤투자를 해주셨죠. 고문 역할도 해주셨고요.

Q. 자산관리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저의 '미션 스테이트먼트'는 "가난을 해결하자"입니다. 저의 사명감 같은 거죠. 파운트의 창업 철학이에요.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노후 빈곤이거든요. 한국이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예요. 노후 대비가 너무 안 돼 있어요. 의료 시스템은 잘돼 있어 수명은 길어지는데 말이죠. 해외 선진국은 연금으로 매년 7%씩 자금이 불어나서 노후 대비가 되는 거예요. 한국은 연금 수익률 연 2%가 채 안 됩니다. 5060 세대들이 어떻게든 일하려고 하는 이유죠. 저는 젊었을 때부터 노후 대비가 중요하다고 봐요. 오랫동안 자본시장에서 머물면서 자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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