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가 14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내년 총선 ‘대구·경북(TK) 물갈이론’에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인 윤 원내대표가 강경한 목소리를 낸 것을 두고 당내 주요 기반인 TK 의원들로부터 리더십을 다지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이뤄진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TK 물갈이론은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라며 “당의 핵심 지역임에도 선거 때가 되면 얼마나 갈릴지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TK 지역이 피폐해지고 정치력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대구 달서구을에서만 3선을 지냈다.
22대 총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권에서는 TK 물갈이론이 지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총선 때마다 TK 지역에서 몇 퍼센트의 현역 의원이 교체되느냐가 쇄신의 척도로 여겨지면서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TK 지역 의원 교체율은 64%에 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달 “쇄신 공천을 위해서는 절대 우세지역인 TK에서 50% 물갈이 공천이 관례”라고 표현하며 ‘물갈이론’에 힘을 보탰다.
윤 원내대표는 ‘TK 현역 의원 교체=쇄신’으로 여겨지는 여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과연 교체율만 높이는 게 ‘좋은 물갈이’냐. 좋은 사람으로 교체해야 ‘좋은 물갈이’”라며 “저는 (물갈이론이) TK 정치인에게는 엄청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고 표현했다. 이어 “대선이나 지방선거 때 가장 노력하고 애쓰는 분들인데, 상을 못 줄지언정 선거 때마다 (시달리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당내 TK 의원 사이에서는 “TK 지역 의원들은 대선이나 지방선거 때가 되면 몸값이 치솟았다가 총선이 다가오면 뚝 떨어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여권에서는 매사 신중한 윤 원내대표가 유독 이 사안에 강경한 목소리를 낸 데 주목하고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원내 TK 지역 의원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이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취임 후 100일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취임 일성으로 ‘의회 정치 복원’을 내걸고 야당과 협치에 나섰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기 때문이다. 윤 원내대표는 “극단적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행동이 진전된 합의를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7, 8월에 법안을 많이 처리해야 하지만 정쟁과 선동에 갇혀 국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7월 국회에서 보호출산제,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 학자금 이자 감면과 관련한 법 등을 처리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한 상황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 밖에 비대면 진료법, 재정준칙법, 가업 승계 활성화법 등을 신속히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꼽았다.
윤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입법 현황을 살펴보니 통과시켜야 할 법안이 총 329건인데 이제 겨우 132건이 통과됐고 197건이 아직 국회에 잡혀있다”며 “21대 국회에서 하나라도 더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연/박주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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