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15일 전격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우크라이나 현지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계속되는 등 신변 안전을 완전히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유진영의 연대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재건사업 관련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방문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으로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분석도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규모는 최대 1조달러 이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 내외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시 학살현장과 민간인 주거지역임에도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르핀시를 돌아봤다. 윤 대통령은 이후 전사자 추모의 벽에 헌화를 했다. 정상회담은 공식환영식, 단독정상회담, 확대정상회담 순으로 이뤄졌다.
회담에서는 인도적 구호품 등에 대한 지원 확대와 피해 재건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전 브리핑을 통해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을 준비하면서 오래 전에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 초청을 받았고 고민을 오래했다"며 "현재 전시상황에서의 협력 문제, 향후 재건 과정에서의 협력 문제, 이외 별도로 논의할 상황이 있어 회담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그동안 지켜온 원칙 아래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돕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 요청은 지난 5월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의 한국 방문 등을 계기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직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직접 우크라이나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정상이 정중하게 방문을 초청한 것은 지금 국제사회 초미의 과제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대한민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는 것이고, 이런 점을 감안해 대통령께서 방문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번 NATO 정상회의 중에는 NATO의 우크라이나 신탁기금에 참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NATO 정상회의 계기 양자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우크라이나 평화 회복을 위해 연대하자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요청에 따라 지뢰 제거 장비, 긴급 후송 차량 등 인도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는 "불법적인 침략을 받은 나라를 지켜주고 원상회복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선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 제한이 있을 수 없다"며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등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해 군사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직접 확인한 만큼 군수 물자 등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전후 한국 기업의 우크라이나 재건 산업 진출을 돕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있다. 앞서 최상목 경제수석은 "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 정부 간 협력 창구를 통해 200억 달러 규모, 5천여 개 재건 프로젝트 등에 대해 우리 기업의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며 한국의 민간·공공기관의 재건 사업 참여 규모가 520억달러(약 6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폴란드 방문 기간 중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합의하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도착하자마자 국내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및 대처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군·경 포함, 정부의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재난에 총력 대응해달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부했다.
바르샤바=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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