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차량 15대가 물에 잠긴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 현장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실종자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과 지인들의 기다림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희생자 수습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청주의 한 종합병원을 찾은 자녀 박모 씨(51)는 "어머니가 사고 당일 폭우로 차가 막히자 동료들과 함께 급행버스를 타신 것 같다"며 "(어머니가) 그 차가운 물 속에 계셨을 걸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전했다.
박 씨 어머니와 함께 버스를 탄 직장동료의 가족들도 응급실 옆 대기실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이 병원의 응급실 앞에는 실종자 가족 10여명이 비통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켰다.
전날 오전 8시 40분께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5대가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에 잠겼다. 16일 오후 2시 기준 현재 9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폐쇄회로(CC)TV 분석에 따르면 갑자기 불어난 물로 침수되면서 버스 1대, 트럭 2대, 승용차 12대 등이 지하차도에 갇혔다. 9명은 사고 직후 구조됐으나, 전날 1명이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이날 버스 탑승객 등 9명이 추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구조 당국은 총 11명의 실종신고를 접수했으나, 각 차량 탑승자 수를 정확히 알 수 없어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지하차도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김모 씨의 누나는 고인이 충남 천안의 한 공공기관 필기시험에 응시하는 처남을 오송역(KTX 고속철도)에 데려다주려고 함께 이동하다, 사고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고 중앙일보에 전했다. 김 씨는 지난 5월 결혼한 새신랑이었다고 한다.
현재 수십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현장 지휘 본부 뒤에 마련된 대기 장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큰아들과 연락이 닿고 있지 않다는 70대 아버지는 "오창읍에서 치과병원 의사로 일하던 아들이 세종에서 출근하던 길에 사고를 당한 것 같다"며 "평소 엄마한테 이틀에 한 번, 30분씩이나 전화하던 착한 아들인데 그저께(14일) 저녁 퇴근하며 전화한 게 결국 마지막 연락이었다"고 조선일보에 전했다.
큰아들에게는 올해 대학에 입학한 쌍둥이 딸 2명과 초등학교 3학년 막내아들이 있었는데, 그가 생계를 전부 책임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비가 오는데 지하차도를 미리 통제하지 않은 것도 이해가 잘 안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울러 교육부도 이날 오전 9시 기준 집중호우로 교사 1명이 사망하고 39개교(기관)가 운동장 침수, 담장 붕괴, 펜스 파손 등의 시설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했거나 등하굣길 학생 안전이 우려되는 경우, 업 및 등하교시간 조정 등 학사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안전에 전력을 기울여달라고 각 시도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했다.
한편 배수·수색 작업에는 군인·경찰·소방·관계 공무원 등 399명의 인력과 장비 65대가 투입됐다. 당국은 이날 오후 성인 남성 허리 높이까지 배수 작업을 완료하고, 수색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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