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이미 비슷한 피해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인재 성격이 짙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 포항 인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인근 하천에서 넘친 물로 순식간에 침수돼 7명이 숨졌다. 2020년 7월에는 부산 초량동 지하차도가 폭우로 침수되면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울 반지하 주택 침수 참사의 기억도 생생하다.
이번에도 인근 미호강의 제방이 터지면서 2분 만에 6만t의 강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차량들을 덮쳤다. 홍수경보 4시간30여분이 지나도록 차량을 통제하지 않은 행정당국이 선제적으로 나섰더라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사고 당일 범람 가능성이 커지자 포클레인으로 모래를 제방에 쌓았지만 폭우에 무너졌다는 주민들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경상북도가 15일 오후 9시 도내 전 지역에 대피명령을 내렸는데, 이미 예천 등 곳곳에서 사망·실종 피해가 발생한 뒤였다.
엘니뇨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집중호우 양상이 갈수록 예측불허다. 미증유의 기록적 호우로 재난이 대형화하는 만큼 대비책도 피해 복구를 넘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침수 위험이 큰 지하공간과 저지대는 물론 산사태, 공사장·옹벽·축대·제방 등의 붕괴 위험을 사전에 예측·분석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재난 대비에 과잉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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