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명예퇴직을 통해 인력을 줄이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인공지능(AI) 투자는 강화하고 있다. AI 경쟁력 없이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네이버 오피스 11년 만에 종료
1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문서 작성 서비스 ‘네이버 오피스’를 오는 11월 30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웹상에서 문서를 작성하고 편집할 수 있는 서비스로 2012년 첫선을 보였다. 하지만 구글 독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등에 밀려 이용자가 계속 감소했고, 결국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무료 서비스여서 유지에 따른 비용만 발생한다는 점도 서비스 종료 원인으로 풀이된다. 2008년 시작한 PC 백신 서비스도 같은 날 종료한다.네이버의 통합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네이버TV’는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네이버 나우’와 통합하기로 했다. 주문형 비디오 플랫폼 ‘시리즈 온’은 PC 다운로드 소장 상품 판매를 종료했다. VOD 시청 환경이 스트리밍 위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영화 정보 제공 전용 웹사이트 ‘네이버 영화’도 중단했다. 다양한 서비스 가운데 이용자가 적고 돈이 안 되는 서비스를 솎아내는 움직임이다.
카카오는 조직 개편과 인력 감축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주요 계열사 가운데 절반가량이 적자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는 올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일부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정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2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곳곳에선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10년 이상 연차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기업 간 거래(B2B) 전문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직원들을 다른 계열사로 전출 보낸 데 이어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도 받는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수장을 교체하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카카오 역시 매출이 급감한 포털 사이트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했다.
하이퍼클로바X·코GPT으로 반전 기대
두 회사가 준비한 ‘반전 카드’는 생성 AI 서비스다. 네이버는 8월, 카카오는 3분기에 신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빅테크가 생성 AI를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만큼 신규 AI 서비스에 이들 업체의 성장세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네이버는 다음달 24일 차세대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할 예정이다. 기존의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하이퍼클로바가 네이버 내부 서비스 위주로 적용됐다면 하이퍼클로바X는 기업 고객을 타깃으로 잡고 있다.
외부에서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기업이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AI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를 위해 작년 말부터 AI 관련 조직을 네이버클라우드 산하로 개편하는 조직 정비를 단행했다. AI를 활용한 수익화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3분기에 초거대 AI ‘코GPT 2.0’ 모델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AI 챗봇 ‘코챗GPT’를 연내 선보인다. 지난 10일엔 이미지 생성 AI ‘칼로 2.0’을 발표했다. 카카오는 AI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을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초거대 AI 모델 구축과 이를 활용한 버티컬 서비스 개발에 초점을 맞추도록 했다. 이를 위해 카카오브레인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7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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