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빌딩 '고가 매입' 부메랑…금감원, 점검 나서

입력 2023-07-16 17:56   수정 2023-07-17 11:04

해외 오피스빌딩을 비롯한 대체투자에서 올해부터 무더기 부실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저금리 국면에 앞다퉈 해외 부동산 쇼핑에 나섰던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고금리 상황에서 리파이낸싱(차환) 만기가 돌아오면서 초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자산운용사의 공·사모 해외 부동산 펀드 순자산은 지난 13일 기준 76조107억원으로 2018년 말(39조6293억원) 대비 5년여 만에 91.8% 증가했다.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의 해외 부동산 쇼핑은 글로벌 저금리와 함께 해마다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업계는 부동산 펀드에 더해 도로, 항만, 터널, 유전·가스 시설 등에 투자하는 인프라 펀드 자산까지 포함하면 15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위험 노출)가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은 오는 20일 해외 대체투자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증권사 임원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투자 자산 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해 증권사들의 시스템 위기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한 증권사 임원은 “대체투자 관련 충당금과 피해 보상 문제를 집중 다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자산운용사들은 2010년대 중반 저금리 국면에 해외 대체투자로 몰려갔다.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낮아 중위험·중수익을 내건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이 잇따라 설정됐다. 급기야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등 일부 유럽지역에서는 한국 증권사끼리 빌딩 인수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해외 대체투자 열풍이 과열되며 비싼 가격에 매입하자 마중가 타워, CBX타워 등이 저금리 시기에도 셀다운에 실패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당시 매입한 자산이 지난해부터 몰아닥친 고금리 여파로 줄줄이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출자자(LP)들은 운용사의 추가 자금 투입 요청에 몸살을 앓는다.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를 새로 받게 되면 담보인정비율(LTV)이 높아져 LTV를 맞추기 위한 추가 자금 투입 요청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운용사들은 펀드 투자자에게 공문을 보내 추가 출자를 요청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8년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를 통해 담은 독일 트리아논 빌딩의 담보가치 하락으로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1750K 스트리트빌딩’, 맨해튼 ‘20 타임스스퀘어’, 라스베이거스 ‘더드루호텔’ 등이 이미 손실을 보기도 했다.

류병화/선한결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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