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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년에 전기·전자제품을 얼마나 수출할까. 닌텐도 스위치, 캐논과 니콘의 카메라, 소니의 영상장비, 후지쓰 NEC의 통신 인프라 장비 등등 일본은 세계가 알아주는 전자강국이니만큼 수출 규모도 엄청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본은 전자통신기기 부문에서 2021년 1조4000억엔, 지난해에는 2조엔이 넘는 적자를 냈다. 일본이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켜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50조엔에서 2030년 100조엔으로 10년새 두 배 성장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고성능 SSD와 스마트폰에 쓰이는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시장이 급격히 커질수록 반도체 산업이 부실한 일본의 적자는 커질 수 밖에 없다.
반도체 시장은 회로 선폭에 따라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최첨단 반도체(2나노미터·nm 이하)와 자율주행 기술과 센서 등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12~28나노미터),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범용 반도체(40나노미터 이상)다.
현재 일본의 반도체 기술은 40나노미터급 범용 반도체에 머물러 있다. 차량용 반도체(마이콘) 세계 2위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등이 일본의 범용 반도체 생산 기업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지진과 화재로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의 생산 공장이 멈출 때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은데서 일본 반도체 산업이 얼마나 취약해 졌는지 알 수 있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성장이 일본의 무역적자를 심화시킨다는 점이 눈여겨 볼 만하다. 미국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일본 기업들이 의존도가 높이지고 있어서다.
전기차, 생성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차세대 이동통신규격(6G),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등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은 하나 같이 최첨단 반도체가 필수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산업구조 탓에 국제 에너지값이 오르면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이 일본의 주특기 분야인 전기·전자산업에서 생겨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디지털화에 뒤처진 대가를 미래 산업에서도 치르고 있는 셈이다. 2022년 2조엔 적자는 애교수준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금대로라면 2030년 일본의 관련 분야 적자 규모가 10조엔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산업성은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에 해당하는 정부 부처다. 반도체 전략,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경제 안전보장, 탈석탄화와 에너지 정책 등 최근 일본의 핵심 정책 대부분을 담당한다. 지난 5월23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에서 "로봇과 같은 전자제품이 주력산업인 일본이 반도체를 만들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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