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감량제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연 540억달러(약 6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 수혜를 볼 기술로 '바이오마커 검사'가 거론된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바이오기업 페노믹스 사이언스(이하 페노믹스)는 지난 3월 특정 유전자를 바이오마커로 사용해 개인의 표현형(유전자와 관련된 관찰 가능한 특성)을 식별하는 타액 검사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바이오마커는 단백질이나 DNA, RNA(리복핵산) 등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다.
이 테스트는 페노믹스가 분류한 네 가지 비만 표현형 중 하나인 '배고픈 위장' 유형을 식별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사람보다 음식을 위 밖으로 빨리 배출해 식사 사이에 포만감을 못 느끼는 표현형을 뜻한다. 다른 유형에는 뇌가 언제 식사를 멈춰야 할지 느끼지 못하는 '배고픈 뇌', 기쁘거나 우울할 때 등 감정 관리를 위해 과식하는 '감정 기아', 신진대사가 칼로리 섭취량에 미치지 못하는 '느린 소진' 등이 있다.
바이오마커 검사를 통해 의사는 어떤 체중감량제를 환자에게 처방해야할지 파악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의사는 체중감량 진단을 체질량 지수(BMI)에 의존하고 있다. BMI에는 개인 특성, 유전 요인, 동반 질환이 고려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방과 근육 비율도 구분되지 않는다.
마크 배그널 페노믹스 CEO는 "현재 12개 제약회사와 이 테스트를 신약 개발에 사용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배그널 CEO는 회사 웹사이트에 관련 검사나 정보를 요청하는 환자 문의가 반년 전보다 5배 늘었다고 전했다.
바이오마커가 중요한 것은 작동 방식이 서로 다른 체중감량제들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어서다. 투자은행인 TD코웬에 따르면 현재 비만 또는 관련 질병 치료를 위해 개발 중인 80개 이상의 약물 중 절반은 일라이릴리, 노보노디스크의 체중감량제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체중감량 주사제인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GLP-1 효능제를 통해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 식욕을 감소시키고 체중 조절을 개선한다.
반면 비상장회사인 리버스 파마슈티컬이 개발하고 있는 체중감량제는 신진대사를 증가시켜 지방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일라이릴리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인수한다고 밝힌 베르나시스 바이오의 체중감량제 역시 지방 축적을 차단하고 근육을 키우는 형태로 작동한다.
체중감량제 시장은 지난해 마운자로와 웨고비의 효능이 입증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수년 간 효과가 입증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심각해 정체됐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모간스탠리는 체중감량제 시장이 지난해 24억달러에서 2030년 54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