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외국인 환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진료뿐만 아니라 쇼핑·관광·숙박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늘어나면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 진료·치료를 위해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총 24만8110명이었다. 서울 지역 병원을 찾은 환자가 14만6310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 3만9787명과 인천 7905명 등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 전체 환자의 78.2%를 유치했다.
다른 지자체도 잇달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대구(1만3909명), 부산(1만1566명), 대전(4345명), 광주(1578명) 등 그간 상대적으로 외국인 환자가 적었던 지자체는 다양한 국가의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맞춤형 의료 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대구시와 부산시는 올해 외국인 환자 유치 목표를 2만~3만 명으로 대폭 늘려 잡았다. 대구는 K컬처와 한방치료에 관심이 높은 일본인 환자 유치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올해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는 물론 한국관광공사가 일본 현지에서 진행하는 관광객 유치 행사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한방의학이 약한 일본의 환자들에게 대구의 한방치료는 매력적인 특화 상품”이라며 “올해 외국인 환자 3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은 최근 몽골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부산은 그동안 외국 선박이 입항할 때 선원들이 병원을 찾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러시아계 의료 수요가 중심이었는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산항에 입항하는 러시아 선박이 줄자 다른 수요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박근록 부산시 관광마이스국장은 “올해는 중앙아시아는 물론 미국, 필리핀, 인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 2만 명 유치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지난 5월 베트남 호찌민과 하노이에 의료관광지원센터를 열고 피부·미용 등 뷰티 분야 고객 유치에 승부수를 던졌다. 시 관계자는 “대덕대로에 형성된 메디컬거리(800m)에 피부·성형 중심의 의료기관 140여 개가 있어 신규 환자 유치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시와 전라북도는 올해 초부터 몽골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2020~2022년 몽골 환자가 가장 많았던 광주는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광주의료관광지원센터에 직원 한 명을 상주시키고 다음달 현지에서 열리는 한국의료관광대전에 참가한다. 시 관계자는 “무안국제공항에 몽골발 관광 전세기가 도착할 만큼 몽골인의 광주 방문이 많다”며 “피부 미용에 관심이 높은 몽골 상류층을 유치하는 특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2686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 호남의 시·도 가운데 선두를 달린 전라북도는 양·한방 협진 의료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있는 원광대를 중심으로 몽골 환자 유치에 나선다.
인천시도 올해 1만3000명을 끌어모으기로 했다. 중국인 중심에서 탈피해 미국, 몽골, 카자흐스탄 등으로 확대하고 재외동포청과 연결해 해외 환자 유치에 나선다. 신남식 시 보건복지국장은 “암, 심장, 혈관질환 등 중증환자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바로 치료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공항 접근성을 활용한 특화 상품 개발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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