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가 성공 신화를 일군 경북 포항에 국내외 2차전지 소재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17일 포항시에 따르면 올 들어 영일만과 블루밸리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2차전지 관련 소재 생산 공장 부지를 찾기 위해 포항시와 투자협약을 맺은 기업은 10곳, 193만500㎡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까지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소재 관련 기업이 포항에 투자한 산단 전체 면적 79만5300㎡보다 2.4배 큰 규모다. 신규 투자금액도 이전보다 9조원 이상 많은 12조원에 이른다.
에코프로는 지난 13일 포항시와 블루밸리산단 내 공장 추가 증설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2028년까지 2조원을 들여 69만4000㎡에 제2 포항캠퍼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에코프로는 앞서 2017년 2조원가량을 투자해 영일만산단 33만㎡에 ‘에코프로 포항캠퍼스’를 조성했다. 에코프로는 이를 기반으로 원재료, 전구체, 양극재,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양극재 밸류체인 수직 계열화를 이뤄 배터리 양극재 소재 분야 국내 1위, 세계시장 점유율 2위 업체로 성장했다. 작년 말 종가 10만3000원에 마감한 에코프로 주가는 최근 10배 가까이 올라 장중 100만원을 돌파하며 코스닥시장 황제주에 이름을 올렸다.
에코프로가 선점한 영일만산단은 국내외 소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부지 매입에 나서면서 이제 남아있는 공장 부지가 없다고 포항시는 설명했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실리콘 음극재 생산공장 부지로 9만900㎡를, 중국 CNGR은 전구체·니켈 생산을 위해 41만2500㎡의 부지를 확보했다.
포항시는 블루밸리산단도 기업 문의가 이어지면서 곧 ‘완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2027년까지 블루밸리산단 26만7702㎡에 전구체와 고순도 니켈 생산공장을 짓는다.
포항시는 2차전지 선도기업들의 이 같은 투자 열기로 2030년에는 포항에서 양극재를 연간 100만t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기자동차 1100만 대분 배터리 공급에 필요한 양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73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인 세계 양극재 시장은 2030년 783억달러(약 99조9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강덕 시장은 “포항은 2030년 세계 소재 시장에서 16.6%에 해당하는 양극재를 생산하는 K배터리 선도 도시로 도약할 준비를 끝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2차전지 특화단지로 반드시 지정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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