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는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5%에서 3.3%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올 들어 6월까지 석유류 가격이 전년 대비 평균 11.7% 하락하고,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도 1%에 그치면서 물가가 둔화 흐름을 띨 것이란 분석이었다.
하지만 10일부터 17일까지 이어진 장마에 따른 농경지 침수와 가축 폐사로 농축산물 가격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장마와 세 차례의 태풍으로 수해 규모가 최근 5년간 가장 컸던 2020년에는 수확기 사과와 배추 가격이 평년 대비 각각 92%, 55% 상승했다. 쌀 가격도 흉년으로 전년 대비 14% 뛰었다.
유가도 예상 밖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6월 12일 배럴당 67달러가량으로 떨어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한 달 만에 75달러 수준으로 반등했다. 6월 말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감산 발표 등 악재가 이어진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16일 보고서를 통해 “산유국의 감산과 여행 수요 증가 등의 효과가 하반기에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가 다음달부터 시내버스 기본요금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리기로 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예고돼 있는 점도 물가 불안 요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요금이 추가로 올라간다면 (물가 전망치에)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사 간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최저임금도 3~4%가량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시간당 9620원에서 협상 결과에 따라 1만원을 넘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 1%포인트 인상은 외식과 제품 가격 등에 반영돼 소비자물가를 0.07%포인트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 관계자는 “호우 피해는 복구에 속도를 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며 “유가와 공공요금·최저임금 인상 등이 미칠 영향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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