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착 진행되는 日 반도체 부활 '퍼즐 맞추기'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3-07-18 06:45   수정 2023-07-18 07:07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의 첫단추는 경제산업성이 2021년 6월 내놓은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이다. 총 2조엔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해 2030년까지 일본의 반도체 관련 매출을 현재의 3배인 15조엔으로 늘린다는 정책이다.

일본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새로 짓는 기업에 최대 절반까지 건설비를 지원하는 대책이 이 때 마련됐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회사) 기업 TSMC를 구마모토현에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 2월에는 경제안전보장추진법(경제안보법)에 반도체를 '특정중요물자'로 지정하면서 범용 반도체는 물론 반도체 소재, 제조장비 기업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국적을 불문하고 일본에 투자하는 기업에 투자금의 2분의 1~3분의 1을 지급한다.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이 7조엔, 유럽연합(EU)이 민관 합쳐 6조엔, 중국이 지방정부를 포함해 10조엔을 쏟아붓는데 비해 일본의 지원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성과는 쏠쏠하다.



현 시점에서 일본 정부가 투자를 결정한 TSMC,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지원을 약속한 보조금은 6154억엔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일본에 2조7000억엔(발표치 포함)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의 반도체 대기업 관계자는 "일본이 인건비가 비싸지만 정부 보조금을 감안하면 운영비용이 오히려 한국보다 싸진다"고 말했다.



지원 체계도 꼼꼼하다. 회로 선폭에 따라 반도체 시장을 3가지로 구분할 때 일본의 생산 능력은 최하위 등급인 범용 반도체(40나노미터 이상)에 머물러 있다. TSMC를 구마모토에 유치함으로써 비어있는 첨단 반도체(12~28나노미터) 생산능력을 해결했다.

일본 정부는 건설비의 절반까지 지원하는 대신 10년 이상 계속해서 공장을 운영하고, 반도체가 부족할 경우 일본에 우선 공급하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기업이 보조금만 받아챙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마지막 남은 퍼즐인 최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채우는 몫은 민관 합작기업인 라피더스가 맡는다. 라피더스가 일본 정부 계획대로 2027년 2나노미터급 반도체를 생산하면 일본은 범용부터 최첨단 반도체까지 모두 생산하는 반도체 강국으로 부활한다.



일본의 반도체 전략을 뜯어보면 가장 중요한 조각은 최첨단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양산한다는 라피더스의 성공임을 알 수 있다. 라피더스가 2027년 삼성전자, TSMC와 같은 수준인 2나노미터(㎚)급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하려면 20년 벌어진 격차를 5년 만에 매워야 한다.

라피더스는 지금까지의 업계 상식을 전부 뒤엎는 방식으로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도전하고 있다. 라피더스가 실패하면 일본 정부가 야심차게 쌓아올린 반도체 부활 전략의 탑은 머리 부분이 없는 미완성이 된다.



경제산업성의 자문기구인 반도체·디지털산업전략검토회의 멤버인 와카바야시 히데키 도쿄이과대 대학원 교수는 "라피더스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납품처를 잃게 된 일본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해외 이전이 불가피해진다"며 "반도체 확보가 어려워지면 일본 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일본의 국력이 점점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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