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되다 사라진 '무연고자' 형님 유골…대법 "市에 관리책임 있다"

입력 2023-07-18 12:00   수정 2023-07-18 13:07

무연고자 시신을 10년 동안 봉안할 의무가 있는 시장 등 관할권자에게 시신이 훼손되거나 분실되지 않도록 관리할 의무도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A씨가 양주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는 무연고자로 처리된 망인의 시체에 대해 10년 동안 매장·화장해 봉안할 의무를 부담하고, 나아가 그 기간 분묘가 훼손되거나 망인의 유골이 분실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의 형은 정신지체자로 경기 양주시 관할구역 내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중 2011년 12월 급성심장사로 사망했다. 양주경찰서는 A씨가 형의 시신을 인수하지 않자 양주시에 행정 처리를 의뢰했다.

구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은 "시장 등이 무연고자의 시체 등을 일정 기간 매장·화장해 봉안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9조는 그 기간을 10년으로 정한다. 이 법령에 따라 양주시는 망인을 무연고자로 처리해 장례를 치른 후 양주시가 설치·관리하는 공설묘지에 분묘를 설치해 매장했다.

A씨는 2017년 7월 형의 시신을 이장하기 위해 분묘를 찾았으나 해당 분묘는 훼손되고 표지판도 사라진 상태였다. 형의 유골도 찾지 못했다. 이에 A씨는 "시가 분묘의 훼손이나 유골의 분실을 방지할 주의의무를 위반해 손해를 입었다"며 양주시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원심은 "피고가 망인의 분묘가 훼손되거나 망인의 유골이 분실되는 것을 방지할 법률상 주의의무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무연고 시체 등에 관한 처리 의무를 도입한 배경은 무연고자의 존엄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나중에라도 나타날 연고자가 망인에 대해 적절한 예우를 취하거나 유골을 인수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당 법령상 의무에는 봉안된 무연고자의 시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까지 당연히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선고는 무연고자의 분묘가 훼손되거나 망인의 유골이 분실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까지 부담시킨 최초의 판례"라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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