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1300억원이 넘는 돈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에 취소 소송을 냈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고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고 18일 밝혔다.
엘리엇은 지난 2018년 7월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입었다며 국제상설중재재판소에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ISDS)를 제기했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합병 비율이 정해지면서 엘리엇을 비롯한 일부 주주는 반대했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각각에 대규모 지분을 갖고 있던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해 합병안은 통과됐다. 이후 검찰 수사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합병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20일 오후 8시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게 5358만6931달러(당일 환율 1288원 기준 약 690억원)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배상원금에 2015년 7월부터 판정일까지의 연 5% 복리 이자와 변호사비까지 고려하면 약 1300억원을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관할 인정 요건을 잘못 해석했다고 봤다. CA가 재판할 권한이 없는 사건을 판정했다는 것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미 FTA 규정상 ISDS 사건의 관할이 인정되려면 △정부가 채택·유지한 조치일 것 △투자자의 투자와 관련성이 있을 것 △조치의 책임이 국가에 귀속될 것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PCA가 국민연금을 '사실상 국기 기관'이라며 의결권 행사 책임이 정부에 귀속된다고 본 것에 대해 "한미 FTA가 예정하지 않은 '사실상 국가기관'이라는 개념에 근거해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건 부당하다"며 "한미 FTA 상대국인 미국도 중재판정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당국으로부터 위임받은 비정부기관의 조치'는 '위임받은 정부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정부가 이를 바로 잡지 않을 경우 향후 우리 공공기관과 공적 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부당한 ISDS 제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고 진행 중인 ISDS 사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국민연금이 가진 상업적 지분권을 비즈니스적으로 행사한 것"이라며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잘못된 판정을 바로잡고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불필요하게 낭비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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