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중요시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과 함께 직장인들 사이에서 샐러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 트렌드에 발맞춰 최근 주요 업무지구 곳곳에서는 채소와 육류를 곁들인 이른바 '스페셜 샐러드'를 판매하는 전문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KB국민카드가 매출 빅데이터를 이용해 서울 및 수도권의 주요 업무지구 인근 지하철에 하차한 자사 고객의 올해 1~5월 점심 시간대(11시~오후 2시)의 카드 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 기간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이용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메뉴는 샐러드였다. 4년 전 같은 기간보다 383%나 급증한 수치다. 지역별 매출 증가 폭이 큰 상위 외식업종 역시 여의도(1443%), 구로(557%) 광화문(554%), 강남(272%)로 모두 샐러드로 파악됐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본인이 먹은 샐러드를 촬영해 올리거나, '샐러드 맛집' 리스트 등을 공유하는 모습 등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날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샐러드 관련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약 277만개였다. '샐러드 맛집' 관련 게시물은 약 44만7000개로 집계됐다.
18일 정오 서울의 대표 오피스 지역인 광화문부터 시청 일대 샐러드 가게들은 궂은 날씨에도 비를 뚫고 점심 식사로 샐러드를 먹으러 온 인근 직장인들로 붐볐다. 맛집으로 입소문이 난 광화문의 한 샐러드 전문점에는 긴 대기 줄까지 있었다. 직장인 조모 씨(31)는 "원래 여기는 점심시간마다 붐벼서 일찍 오는 편인데, 평소보다 조금 늦었더니 이렇게 줄을 서게 됐다"며 "주변에 다른 샐러드 가게들도 빨리 가지 않으면 제때 먹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샐러드 전문점에도 인파가 몰렸다. 3~4명씩 무리 지어 식사하러 오거나, 혼자 먹으러 온 남성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시청역 인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박모 씨(33, 남)는 "남자 동료들은 점심때 국밥 먹으러 가자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번 여자 동료를 따라 샐러드를 먹고 난 뒤에는 '어 이거 괜찮다'고 느껴서 종종 찾는다"며 "사실 가격대가 싼 편은 아니라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먹고 있는데, 그래도 먹고 나면 이 정도는 투자할만했다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 씨의 말대로 샐러드 전문점에서 판매되는 메뉴의 가격은 1만2000원에서 2만원대로 저렴한 편은 아니다. 그런데도 '건강한 한끼'를 위해 지갑을 여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비싸도 건강을 위해 먹겠다"며 한 끼 식사 정도는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는 것.
기존 샐러드 가게에서는 가볍게 먹기 좋은 신선한 채소류를 주로 내세웠으나,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건강식 토핑류에 육류를 곁들인 메뉴들이 주를 이루면서 '풀만 가득한 음식'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는 평도 나온다. 열량이 적은 렌틸콩과 견과류, 크랜베리, 옥수수, 양파, 토마토, 단호박, 계란 등을 포함해 연어, 소고기, 닭가슴살 등 단백질 함량이 많은 육류가 곁들여져 '포만감을 주는 맛있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생겼다는 것.
광화문 인근 회사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황보 모 씨(37, 여)는 "어느 순간 점심시간에 샐러드를 먹는 게 일상이 됐다"며 "원래에는 풀만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곁들임 음식으로 먹어왔는데, 요즘에는 연어나 소고기를 얹은 요리 형태의 샐러드가 많아서 배부르게, 맛있게 먹는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동료 이모 씨(38, 남)도 "먹어보니 정말 요즘 나오는 샐러드는 다이어트 음식이 아니라 식사용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계속 앉아서 업무를 하다 보면 속이 안 좋고 더부룩할 때가 많은데 샐러드를 먹으면 좀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요즘 샐러드는 전문 매장이 늘어나고 구독 서비스가 증가하는 등 샐러드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며 "샐러드와 관련된 많은 정보가 SNS 등에 많이 공유되는 것도 건강을 챙기는 게 힘든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 이전에는 '직장인들이 우르르 가서 점심때 해장국을 먹는다'는 말이 많았는데, 팬데믹을 거치면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운동하는 사람들, 샐러드를 먹는 '혼밥족' 등이 늘어났다"며 "요즘에는 각 회사에서도 점심 메뉴 선정에 대해 관대한 분위기이다 보니, 건강을 챙기려고 하는 이들이 더 찾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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