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정복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정식 허가받은 첫 번째 알츠하이머 신약이 나온 이후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신약 후보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엔케이맥스 등 국내 바이오 기업도 주목받고 있다.
엔케이맥스 “차별화된 효능 확인”
국내 바이오기업 엔케이맥스의 미국 자회사인 엔케이젠바이오텍의 폴 송 대표(사진)는 1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학술대회(AAIC)’에서 기자와 만나 “임상 1상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SNK01’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SNK01은 자가 유래 자연살해(NK)세포 치료제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바이오젠의 ‘레켐비’와 차별화된 효능을 내는 것은 물론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장기간 투약할 수 있는 치료제가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송 대표는 “레켐비는 증상 악화 속도를 27% 늦추지만 증상을 개선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SNK01은 인지 능력 향상 등 알츠하이머 증상을 개선해 알츠하이머의 근본적인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증 환자 치료 대안”
엔케이젠바이오텍은 이번 행사에서 SNK01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56~85세의 경증 5명, 중등증~중증 5명 등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SNK01을 3주마다 총 네 번 정맥주사로 투여한 결과다. 마지막 투약 후 1주, 12주 후 인지 척도지표가 모두 개선됐다.회사 측은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중등도와 중증 환자에서 치료 효능을 확인한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레켐비는 물론 이번 행사에서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한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은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SNK01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핵심인 뇌혈관장벽(BBB) 투과에도 강점이 있다. 송 대표는 “SNK01은 CX3CR1 수용체를 통해 효율적으로 BBB를 투과하고, 뇌 안에서 중추신경계로 이동하는 것을 돕는다”며 “NK세포를 정맥주사하는 방식으로 뇌 속 비정상 단백질과 신경염증을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
일라이릴리 신약도 주목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이번 행사에서 도나네맙의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다. 평균 연령 73세 환자 173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 76주간 도나네맙을 투여받은 환자는 가짜 약을 받은 사람보다 인지력, 사고력 등의 저하 속도가 35% 느렸다. 환자의 47%는 도나네맙 투약 후 1년째 병이 악화하지 않았다. 다만 도나네맙은 뇌부종 뇌출혈 등 부작용을 나타냈다. 일라이릴리는 이날 FDA에 도나네맙 허가 신청을 했다. 행사장에선 도나네맙이 치매 치료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도 나왔다.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는 5500만 명 이상이다. 치료제 시장은 2050년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국내 바이오 기업에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암스테르담=김예나/장서우 기자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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