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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몬트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세계 주요 명품 기업의 주가가 17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보다 크게 부진하면서, 명품시장의 ‘큰손’인 중국인들의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주요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의 명품 소비 감소도 이들 기업에는 적신호다. LVMH가 지난 4월 유럽 증시 상장사 중 최초로 시가총액 5000억달러를 돌파하며 기대를 키운 지 3개월 만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망스러운 中 경제에 美마저…
까르띠에, 반클리프아펠, IWC, 몽블랑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그룹의 주가는 이날 스위스 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10.43% 폭락한 137.9스위스프랑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낙폭은 14개월 만의 최대다. 같은 날 파리 증시에 상장된 LVMH와 에르메스인터내셔널 주가도 각각 3.73%, 4.21% 하락했다.명품 기업들의 주가가 이날 일제히 하락한 이유는 주요 2개국(G2)발 악재 때문이다. 유럽 증시가 열리기 전 중국 국가통계국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4%(전년 같은 기간 대비)라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인 7.3%를 크게 밑돌며 부진한 경제 상황을 드러냈다. 중국인들의 소비에 힘입어 성장해 온 명품업계에는 악재다. 이어 리치몬트가 공개한 2분기 실적에서 미국 시장의 부진이 확인됐다. 리치몬트는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늘었지만, 미국 내 매출은 2% 줄었다고 밝혔다. 이매뉴얼 카우 바클레이스 유럽주식담당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미국 소비자들의 명품 수요가 강하다고 과도하게 믿었다”며 “이 믿음이 흔들리면서 이날 명품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졌다”고 했다. 리치몬트의 주가 급락이 다른 명품 기업으로 전이됐다는 분석이다. 리치몬트는 연간 실적 전망을 낮추진 않았다.
명품주 호황, 벌써 끝?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요 명품 기업의 주가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뒤 평균 6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가 40%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좋은 성적이다. 팬데믹 동안 여행 지출 등이 줄면서 부유층의 명품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 반영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물가에 덜 민감한 상위 5% 부유층이 지난해 세계 명품 매출의 약 40%에 기여했다.
올해 들어 명품 기업 주가는 더 가파르게 올랐다. 주요 시장인 중국이 강도 높은 ‘제로 코로나’를 끝내면서 명품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유로화 강세도 유럽 명품 기업들의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 LVMH는 지난 4월 유럽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5000억달러(약 630조원)를 돌파하는 기록을 썼다.
하지만 2분기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의 명품 소비가 주춤해지고, 중국에서의 수요 회복도 예상보다 더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에 따르면 4월 미국인들은 작년 같은 달보다 소비를 18% 줄였다. 구찌·보테가베네타·발렌시아가 등을 보유한 케링이나 보석 판매 업체 판도라 등은 미국 매출 비중이 30%에 달해 영향이 클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진단했다. 프랑스 기업인 케링 주가는 올해 상반기 한때 600유로 선을 넘었지만, 지금은 400유로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중국 소비가 회복되는지가 중요한 열쇠다. 리치몬트의 까르띠에 보석 사업부는 2분기 24% 성장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매출이 40% 늘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의 성장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인데, 앞으로 중국 매출이 둔화하면 전체 실적이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명품 기업의 주가 하락이 지속된다면 유럽 증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LVMH의 경우 시총이 4월보다 700억달러 가까이 증발했다.
토머스 쇼벳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지난 3년간의 주가 상승률과 큰 실적 기대 때문에 이번에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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