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명의를 빌려 불법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일명 ‘사무장병원’은 매년 1조원가량의 요양급여를 빼가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공단에 자체적인 수사권이 없어 사무장병원을 적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징수율도 낮다는 문제가 있었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도입하는 내용의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 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1대 들어 5건 발의됐다. 공단의 숙원 사업이지만 2020년 11월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한 차례 논의된 이후 더 진행되지 못했다. 의사단체가 건보공단이 수사 권한을 남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입법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새로운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다시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이 지난 12일 내놓은 개정안은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지명한 공단 임직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에선 2020년 김종민, 서영석, 정춘숙 의원에 이어 올 5월 권칠승 의원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공단은 특사경법 입법 추진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방침이다. 이달 취임한 정기석 이사장도 불법 개설 기관 근절 의지를 강조했다.
공단에서는 불법 개설이 의심되는 요양기관 자체 단속을 통해 이들 기관으로 빠져나가는 건보재정 누수 금액이 매년 1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0여 년 동안 수사기관을 통해 환수가 결정된 금액은 3조3674억원에 그친다. 이마저도 징수율은 6.4%에 불과하다.
공단 관계자는 “수사 기간이 평균 11.8개월로 오래 걸려 검찰 송치나 법원 기소가 이뤄지기 전에 폐업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이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공단이 사법경찰권을 가지면 불법 기관 적발에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건보 재정 누수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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